불량음식 먹이는 '양심불량 商魂'-돼지기름 파동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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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불순원료로 돈지(豚脂.돼지기름)와 돈지쇼트닝유(油)등 식용유지를 만들어 판 업체가 적발된 사건은 「우지(牛脂)라면파동」과비슷한 측면이 있다.공업용원료를 사용한 점에서 그렇다.89년11월 터진 우지라면파동은 국내 4개 식품회사들이 일으켰다.그들은 식용유지가 아닌 화장비누 제조 등 비식용(공업용)유지에 쓰이는 원료를 미국으로부터 들여와 라면.쇼트닝.마가린 등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공방을 빚은 우지라면의 유해성은 드러나지 않았다.이 파동은 94년1월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2천3백억여원의 벌금은 업계사정을 감안해 유예됐다.
95년7월 항소심에서는 「안전성」을 인정받아 무죄판결을 받고,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다.이번 특별단속에 걸린 업체들이 공업용 돼지가죽에 잡동사니까지 섞어 기름을 만든 행위는명백한 위법행위다.
식품위생법에 근거한 식품공전(公典)의 『돈지란 돼지의 「지방조직」으로부터 채취한 기름을 식용에 적합하도록 처리한 것』이라는 규정에 어긋난다.그러면 이 엉터리 돼지기름.돈지쇼트닝기름은과연 사람 몸에 해로운가.
복지부 김진수(金鎭洙)식품관리과장은 『단지 공업용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건강에 해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식품은 원료재배-생산-제조-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위생이 총체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金과장은 『그러나 기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처리로 비닐.면장갑까지 섞여 섭씨 1백25도에서 4시간동안 가열돼 최종제품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따라서 인체유해 여부와 정도는 진행중인 국립보 건원의 검사결과가 나오는대로 가려지게 된다.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위생의 수단으로 세가지를 꼽고 있다.즉 안전성(Safety),건전성(Soundness),완전성(Wholesomeness)이다.이 가운데 안전성은 검사결과를 토대로 판정을 내려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위법성 외에 「건전성」과 「완전성」을 해친 것이라는 점이다.식품의 「건전성」은 그 나라의 식문화.경제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하수구의 시궁창 물도 돈을 많이 들여 고도(高度)의 정수기법을 써서 걸러내면 먹을 수 있다.그러나 건강에 해로운지 여부는 또다른 문제다.돼지의 지방조직이 아닌,가죽을 만드는 돼지껍질이나 내장을 사용해 중국음식을 만드는데 쓰이는 기름을 만든 것은 바로 「건전성」의 결여다.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의 소비자를 우롱한 셈이다.
양(量)보다는 음식의 질(質)을 따지는 소비자수준을 무시한 행위다.또한 식품이 영양소를 고루 갖고 있어야 한다는 「완전성」도 당연히 없다고 봐야 한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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