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도 무소속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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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소속은 서럽다. 미디어 선거가 된 세상에서 그들 이름이 주요 언론매체에 나는 경우는 드물다. TV토론 참석 대상에서도 대부분 빠진다. 그래서 그들은 "정책과 소신을 알릴 길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따라서 1996년 15대 총선 때와 같은 '무소속 바람'이 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당시엔 '반(反)YS(반 김영삼 당시 대통령)'정서가 강하게 형성된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이 바람이 불어 부산.경남(PK)의 일부 지역에까지 번졌다. 당시 TK에서 8명, PK에서 4명 등 모두 16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2000년 16대 총선엔 무소속 당선자가 5명으로 줄었다.

이번엔 그보다 더 줄어들지 모른다. 9일 현재 당선 안정권에 든 무소속 후보는 한명도 없다는 게 각 지역 선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비교적 선전(善戰)하는 무소속 후보들도 있다.

최인기(나주-하순).박찬종(부산서).신국환(문경-예천).김중권(울진-봉화-영덕-영양)후보 등이 그들이다. 이들에겐 높은 인지도가 강점이다. "정당만 보고 찍는 분위기에서 무소속인 데도 유권자들이 대체로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崔후보는 전남지사와 행정자치부.농림수산부 장관 등을 지낸 경력을, 辛후보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경력 등을 내세워 '지역 일꾼론'을 강조하고 다닌다. 朴후보는 부산에서 한나라당이 상승하는 분위기를 의식, "당선되면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金후보의 경우 DJ(김대중 대통령)집권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민주당 대표를 지내면서 지역 발전에 공헌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한다.

고흥-보성에서 옥중출마한 박주선 후보와 김재천(진주갑)후보도 상대방 후보들이 경쟁 상대로 꼽는다. 이들은 각각 16대, 15대에 이어 또다시 무소속 당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밖에 YS 핵심 측근으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종웅(부산 사하을)후보, 5공(共) 실세였던 허화평(포항북)후보, 4선 의원 출신인 이세기(서울 성동갑)후보 등이 여야 후보들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상일.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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