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대부호 듀폰 상속자의 어처구니없는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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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유수한 재벌이자 명문가문인 듀폰의 직계 상속자가 의문의 살인을 저질렀다.
듀폰그룹 설립자의 현손(玄孫)인 존 듀폰(57)은 26일 필라델피아 교외 자신의 대저택에서 함께 살던 84년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출신 데이브 슐츠(36)를 권총으로 살해했다.
그는 범행후 경찰과 대치중 28일 오후3시30분쯤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특별기동대를 특파,이틀간 듀폰의 저택을 포위한상태에서 투항을 종용하다 듀폰이 경찰이 잠가버린 온수장치를 고치려고 집밖으로 나왔을 때 그를 덮쳤다.
경찰은 듀폰이 총기수집가로 집안에 많은 총포류와 장갑차까지 보유하고 있고 명사수인 점을 고려해 무리한 체포작전을 감행하지않고 전화로 투항을 권유하는등 기회를 노려왔다.
듀폰은 대지 1백4만여평으로 중세의 영지같은 규모의 저택에 영빈관.체육관등 갖가지 건물을 50채나 갖고 있으며 슐츠는 이중 한 건물에서 부인및 두 아이와 함께 살아왔다.
이번 사건과 관련,가장 큰 의문은 명문가의 대부호가 왜 살인을 저질렀느냐는 점.
경찰은 듀폰 체포후 범행동기를 추궁하고 있으나 『아직 자세한것은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주변사람들은 듀폰이 88년 노모 사망후 마약과 알콜에빠져 괴팍한 행동을 자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친지.친구.측근들은 듀폰이 두번이나 자신의 링컨 콘티넨털 승용차를 저택내 연못속으로 빠뜨렸고,스스로를 『미국의 달라이 라마(티베트의 불교지도자)』라 부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누군가가 자기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피해망상증적인 생각에서 각종 무기를 구비했고,경호원의 경계를 강화하기도 했으며동성연애를 즐겼다는 얘기도 있다 그와 83년 결혼했으나 84년이혼한 게일 웽크 듀폰은 『남편이 칼로 위협하거나 달리는 차에서 밀어 떨어뜨리려고 하는등 여러 형태의 폭력을 가했다』며 85년 그를 고소한 바 있다.
그는 이같은 기행에도 불구하고 누구로부터도 제재를 받지않고 살아왔다.
그는 거부답게 후한 씀씀이를 보여 주변으로부터「관대한 귀족」으로 불렸다.
사실 그를 체포한 경찰들의 방탄 조끼는 그로부터 받은 것이며그가 저택에 마련해둔 사격연습장은 경찰의 단골 훈련장이었다.
듀폰그룹의 설립자 에르테르 듀폰의 1백여명 후손 중 직계인 존 듀폰의 상속재산 규모는 85년 기준으로 4천6백20만달러(약 3백65억원).
사람들은 이번 범행을 듀폰의 거부다운 관대함속에 감춰진 정신불안과 기행이 빚어낸 「예견된 비극」이라고 진단하고 있다.나일론 개발로 유명한 듀폰그룹은 지난해 4백22억달러(약33조3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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