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숨통’죄겠다는 민주노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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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파업에 들어가며 “생산에 타격을 주는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명분은 ▶미국 쇠고기 수입 저지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폭등하는 물가 안정 ▶대운하 정책 폐기다. 근로 조건과는 관계없는 것들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2006년 말 비정규직법 반대 파업 이후 1년 만이다.

검찰은 이를 ‘쇠고기 재협상 등 정치적 문제를 주목적으로 하는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지도부 검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있는 울산지검은 이른 시일 내에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도 3일 중으로 노조 간부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2일 한국 증시는 고유가와 신용 위기, 경기 둔화 등 각종 악재에 밀려 4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이 와중에 금속노조는 많은 노조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생산에 타격을 주겠다며정치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진행된 민주노총의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은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이날 주·야간 2시간 부분파업으로 300억원이 넘는 생산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은 “불황 때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며 “민주노총이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렇게 실력 행사만 고집하면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총파업에는 현대차 3만5000여 명, 기아차 2만9828명, 금호타이어 4083명, 만도 2248명이 참여했다. 파업에 참여한 사업장 중 100여 곳이 금속노조 소속이다. GM대우차, 쌍용차는 파업 대열에서 빠졌다. 파업 참여자의 73.6%가 현대·기아차 노조원이었다.

민주노총은 3일 오후 6시부터 전국 동시 다발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할 계획이다. 4~5일에는 간부들의 상경투쟁을 계획 중이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7일 투쟁본부회의를 열어 각 산별노조의 투쟁계획을 점검하고, 이달 한 달 내내 릴레이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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