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vCJD 자막 의도적 오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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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번역·감수자인 정지민씨는 2일 “숨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에 대해 ‘인간광우병(vCJD)’이라고 자막 표기한 것은 PD수첩의 의도적인 오역”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자신이 개설한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에서 “빈슨의 어머니는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과 인간광우병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고, 방영된 인터뷰에서 CJD라고 말한 것은 인간광우병과 용어를 혼동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CJD를 의미한 것”이라며 “맥락상 CJD였던 부분을, 그것도 MRI 결과까지 거론한 부분을 CJD로 제대로 번역이 이뤄진 후 누군가가 임의로 vCJD로 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그동안 “전문 의학지식이 없는 빈슨의 어머니가 CJD와 vCJD를 혼동한 것”이라던 PD수첩 측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 주목된다.

‘오역’ 논란이 제기됐던 장면은 빈슨의 어머니가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vCJD(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는군요”라고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빈슨의 어머니는 ‘CJD’라고 말하는데, 자막에는 ‘vCJD’로 나와 일부 언론과 네티즌이 오역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PD수첩은 이 인터뷰에 이어 빈슨의 주치의를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내렸던 의사’라며 인터뷰한 영상을 내보냈다. 제작진이 “MRI 결과가 틀릴 수도 있나”라고 질문하자 의사는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즉 “MRI 결과 인간광우병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는 빈슨 어머니 얘기→빈슨 주치의를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내렸던 의사’로 소개→“MRI 결과(인간광우병일 가능성)가 틀린 적을 본 적이 없다”는 의사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그러나 정씨의 증언대로 빈슨 어머니가 MRI 결과 딸의 사인을 ‘CJD’로 확실히 알고 있었다면 PD수첩의 이 같은 보도는 처음부터 성립 불가능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씨는 “최근 4월 29일 방영분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설마 맥락상 CJD였던 것을 ‘간 크게’ vCJD라고 (바꿔가면서까지) 우겼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에 올린 다른 글에서도 “PD수첩이 미국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의 위험성이 크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지 않는 내용의 자료를 사용해 가면서, 그것도 그 속의 용어와 사실을 바꿔 가면서 위험성이 굉장히 크다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줬다면 그 자체로 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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