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초중고에 ‘쇠고기 현수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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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교조가 전국 초·중·고교 담벼락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정부 교육정책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3일부터 내걸 예정이다. 전교조는 특히 학생들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가정통신문도 보낼 계획이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과 한국교총은 즉각 반대입장을 밝혔다. 각 시·도 교육청은 2일 “현수막 게시를 허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장들에게 발송했다. 한국교총은 “학교가 정치선전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전교조를 비난했다. 전교조 교사들과 교장, 전교조와 한국교총과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교육공무원인 전교조가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내거는 일은 이례적이다. ‘교원평가 반대’ 같은 일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낸 적은 있지만 쇠고기 수입과 교육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구호를 학교에 붙이기로 한 적은 없었다.

◇정치적 구호 논란=전교조는 1일 전국 9000여 개 분회에 공문을 보내 소속 교사들에게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이명박 교육정책 전면 철회 촉구’ 같은 내용의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도록 주문했다. 가정통신문 발송과 촛불집회 참가도 촉구했다. 현인철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해 전교조는 세 가지를 실행하기로 했다”며 “현수막은 이르면 3~4일 학교에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교조 교사들이 교장직인도 없이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가정통신문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유통되면 학생들의 급식을 지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는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와 직결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K중 최모 교장은 “현수막은 절대로 걸 수 없게 하겠다”며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나 반정부 구호를 내거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장들도 “학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현수막 게시나 가정통신문 발송은 불법”이라며 “전교조 교사들의 불법 행위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현 대변인은 “노조 활동을 알리는 내용의 현수막은 시·도 교육청과 전교조 간 단체 협약에 따라 게시할 수 있다”며 “가정통신문도 서신 형태로 보내면 학교장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교원단체 간 갈등=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전교조가 사회·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을 학교에서 쟁점화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지적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정치적 사안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쳐 가르치는 것은 교육자적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전교조는 즉각 모든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와 교육 당국 간 갈등은 5월에도 있었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이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막기 위해 학생 지도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으자 전교조가 반발했다. 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정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교사의 정치적 입장을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며 “집단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홍준·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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