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회춘하려면 ‘일하는 엄마’를 늘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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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경제의 ‘회춘’을 시도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2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명 ‘신마에카와(前川) 리포트’를 제출했다. 공식 명칭은 ‘글로벌 경제시대의 생존전략’이지만 일본 경제의 도약을 위해 1986년 마에카와 하루오(前川春雄) 전 일본은행 총재가 주도해 작성한 ‘마에카와 리포트’의 21세기 판이다.

리포트는 일본 경제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보고서 작성을 책임졌던 도쿄(東京)대 우에다 가즈오(植田和夫) 교수는 “일본 경제는 거품 붕괴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거쳐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산업경쟁력이 크게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10년간 인구가 400만 명 이상 감소하고, 중국·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급부상으로 일본의 위상은 더욱 떨어질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새로운 성장구조를 짜고 개방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를 내각부에 지시해 전면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하기로 했다.

◇옛날 같지 않은 일본=첫 번째 마에카와 리포트와 이번에 나온 리포트는 시대배경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일본이 80년대 미국과 유럽에 대해 거액의 무역흑자를 거두면서 경쟁국들이 ‘일본 때리기’에 나선 게 배경이었다. 당시 일본은 수출 주도에서 내수 주도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고 규제완화와 시장개방에 나섰다.

이번에는 성장동력을 되살리자는 게 기본 취지다. 일본 경제가 이미 예전만 하지 않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금융 파워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동의 오일펀드는 공항관리회사나 전력회사 등 일본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기업은 2002년 이후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영권 보호에 급급하면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가계의 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소비침체가 지속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구조개혁이 처방=일본 정부는 우선 10년 후 유능한 인재가 업종·분야·국경을 초월해 일할 수 있는 사회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우수 인력을 일본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30만 명의 유학생을 인도·동남아시아 등에서 유치키로 했다.

혁신적 기업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기업 하기 좋은 사회 만들기에도 속도를 내게 된다. 이 문제에서도 핵심은 인력 확보이기 때문에 여성이 안심하고 출산하고 고령자가 일할 의욕만 있으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유치원까지의 육아비용은 전액 국가가 지원하고 여성의 육아휴직 여건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앞으로 5년 뒤인 2013년까지는 모든 기업이 정년을 70세까지 연장토록 유도하는 방안도 세웠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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