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션의 위력-유득환 섬유산업聯 상근부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20세기가 기계와 전자산업의 하이테크시대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21세기는 패션산업이 리드하는 하이터치의 시대가 될 것이다. 흔히 패션이라고 하면 섬유산업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인 의류쪽에만 적용되는 개념으로 인식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하이테크산업이라고 불리는 전자산업을 보자.
제품의 기능과 내구성을 중시하던 과거의 마케팅전략이 최근 디자인과 컬러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디자인과 컬러가 바로 패션의 중요 구성요소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자동차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무역의 날에 등장한 「기술로,문화로,21세기로…」라는 전략은 기술상품과 문화상품의 수출화 전략 바로 그것이다.문화상품의 중요 요소중 하나는 패션이다.
기술경쟁력 제고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또 막대한 투자재원을 필요로 한다.
패션개발은 기술개발에 비해 투자시간과 자금면에서 훨씬 기회비용이 덜 든다.특히 돈보다는 개발주체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이 패션이다.
개개인의 창조적인 능력이 뛰어난 우리나라는 패션산업의 육성을통해 마음먹기에 따라 적은 돈으로 단시간내에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수 있다고 확신한다.특히 패션은 생산활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문화등 우리사회 전분야에 걸쳐 적용된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돈만 많아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고객이 국민이므로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정치를 펴 나가는 것이 패션을 이해하는 정치다.과거에 국민에게 군림하는 정치지도자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패션이 아니다.
기업은 필요한 가치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최근 부각되고 있는 패션이며 그런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사회.문화부문에 있어서도 외국의 문화를 수용하는 능력을 키우고 자기 고유의 문화를 세계에 이해시키는 길만이 우리가 지금 추진하는 각종 세계화전략이며 이러한 전략이 바로 패션이다.
이와같이 패션은 우리사회의 생명력 그 자체이며 패션이 없는 사회는 더 이상 성장발전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패션은 우리사회 모든 부문의 질을 높이고 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마침내는 인간 삶의 질을 제고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패션의 발전을 위해 우리의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패션이 국제비교에서 떨어지면 세계화의 꿈도 깨어진다.
따라서 세계화의 성공을 위해서도 패션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인식하고 패션인프라를 조성,패션문화의 창달을 위해 정부.기업.국민 모두의 힘을 동원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될때에만 패션의 위력은 섬유패션뿐 아니라 정치.경제.
문화등 모든 분야에까지 그 가치를 높이는 시너지효과가 창출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