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일본금융부실에 깊숙이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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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야마구치 구미(山口組)등 일본 바깥에까지 널리 알려진 야쿠자들이 일본 금융부실에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내외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29일자)는 「야쿠자와금융기관」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이 잡지는 현재 일본 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가 자그마치 3천5백억달러(약2백80조원)에 달하는데 이중 약 10%가 야쿠자조직에 물린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기관 부실과 야쿠자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비즈니스위크는현재 오사카에서 고요그룹을 이끌며 금융알선.부동산개발.러브호텔등의 사업을 벌이는 아사지 히로시(47.표지인물)의 예를 들어설명했다.
『80년대 후반 땅값과 주가가 연일 치솟아 졸지에 2~3배로뛰어버렸다.소위 버블(거품)경제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다.아사지와 같은 야쿠자 관련업자들도 이때를 놓칠세라 달려들었다.과거에매춘.마약등 각종 불법활동으로 번 돈을 싸들고 합법경제의 심장부로 뛰어 들었다.그러나 거품경제는 90년대 들어 겉잡을 수 없이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그 결과 아사지의 현재 금융기관 부채는 3억달러에 달하게 됐다.』 문제는 아사지 같은 야쿠자 관계자들은 그들이 신용조합.주택금융기관.부동산회사 등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을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이들은 상환은커녕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협박 및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94년 이후 당국에 신고된 이같은 폭력행위만 20건에 이른다.이쯤 되자 돈을 물린 금융기관들이 겁먹고 빚 독촉도 못하고 있다.
야쿠자들은 특히 이같은 부실채권에 대해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야기한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큰소리치기도 한다.대장성.관련 금융기관.정계 등에서 현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과 얽히고설킨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일본정부의 부실금융 해결책이 갈팡질팡하고있는 것이 이해된다고 비즈니스위크지는 꼬집었다.
부실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기 위해 국민세금 68억달러를 투입한다는 지난해 12월의 정부방침이 논란을 빚은 것도 당연하다는 것이다.지하범죄조직과 관련된 사안에 거액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문제지만 투입하더라도 야쿠자들에 물린 돈은 여전 히 회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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