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수입품 값 선진국보다 훨씬 비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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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수입품 값이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휘발유와 세제·종합비타민도 국내 판매가격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생필품 11개 품목에 대해 선진 7개국(G7)과 아시아 주요 국가의 판매 가격을 비교해 1일 발표한 결과다. 하지만 해당 업계는 비교 방법에 무리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판매가격이 9150만원인 한 중형 수입차는 미국(5676만원)보다 61% 비쌌다. 이 차는 일본에선 6345만원, 중국에서 8126만원에 팔리고 있다.

소비자원은 5월 중순부터 지난달 초까지 11개국 12개 도시의 백화점·대형마트·전문판매점에서 11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했다. 대상 지역은 뉴욕·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도쿄·밀라노·토론토·타이베이·싱가포르·베이징·홍콩이다. 조사는 평균 환율과 구매력지수(PPP)를 활용했다. 구매력지수는 국가 간의 물가 수준을 고려해 각국의 통화 구매력을 동일하게 해주는 통화비율이다. 소비자원은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독과점 구조인 품목 중 국내외 가격 차가 큰 품목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PPP를 적용했을 때 수입차 가격은 G7 평균 가격보다 두 배 이상(119.8%) 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G7 평균보다 95.3%, 세제는 77.4%, 종합비타민은 70.2% 높았다. 소비자원은 국내외 가격 차이는 환율변동·정부정책·세제·물류비용·노동생산성·유통마진·병행 수입 제한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해당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나라별 시장환경 차이를 무시하고 한 조사는 시장가격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수입차 업계는 가격 비교 기준이나 산정 방식이 정확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시장이 크면 그만큼 가격도 낮아지는 것인데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5%를 조금 넘는다.

정유업계는 “소비자원이 밝힌 유럽의 유류 가격은 유럽연합(EU)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준 가격보다 훨씬 싸고, 국내 유류 가격은 한국석유공사의 평균 가격보다 비싸게 잡았다”고 주장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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