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총재, 경제 전망 '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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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장밋빛 경제 전망을 쏟아놨다.

그는 8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5.2%를 다소 웃돌게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5.2~5.5% 수준"이라고 전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도 당초 6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크게 늘려 잡았다.

朴총재는 "지난해 말 전망치를 발표할 때와 경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긍정적 요인으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 당초 4.1%에서 4.6%로 높아졌고▶수출이 급신장해 이미 1분기에 올해 전체 경상 흑자 전망치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부정적 요인으로는 국제 원자재값 폭등을 꼽았다.

그는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수출.생산.고용이 늘고 설비투자는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해 경제가 개선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취업자가 올해 55만명 늘고, 2분기부터 체감경기가 되살아날 거라는 예상도 곁들였다.

朴총재는 물가가 들썩이는 데 대해 "당초 올해 물가 상승 전망치(연 2.9%)보다 높아지겠지만 3%대의 물가 목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중앙은행 총재가 민감한 시점에 경제의 밝은 면만 부각하는 발언을 한꺼번에 터뜨린 것은 경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한경동(경제학) 교수는 "한은 총재가 구체적 수치를 내놓을 것도 아니면서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긍정 일변도의 견해를 쏟아낸 것은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朴총재의 낙관론과 무관하게 콜금리(은행들 간의 거래 금리) 목표를 현행 연 3.75%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0.25%포인트 내린 뒤 9개월째 같은 수준이다. 금통위 관계자는 자료를 통해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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