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견>외국뮤지컬 홍수에 대책 고심하는 연극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얼마전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설립한다는 발표가 있었다.이것이 무슨 대단한 신발명이기라도 한 듯 여야가 서로 특허권을 주장하고 나섰다.그런데 만약 정부가 뮤지컬연극진흥청을 설립한다고 했다면(그럴리도 없지만) 모두 가가대소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쪽에서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니 문화예술을 육성해야 한다고 외친다.문화가 선진국 대열 진입을 위한 필수과목이라며 호들갑을 떤다.문화에 관한 한 모두 말,말 뿐이다.
요즘 뮤지컬 붐이 일고 있다.문화산업으로 인식한 국내 몇몇 기업은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외국산 뮤지컬 연극 완제품을 직수입하기 시작했다.한편 국내 각 극단들도 앞다투어 대형 뮤지컬 연극 제작에 나서고 있다.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호 응도 커지고있다.그러나 국내 극단들의 영세한 자본,전문성 결여,한탕주의를노린 날림공사로 인해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뮤지컬 연극이 예술분야가 아니고 기업.기술분야였다면 정부가 일찌감치 개입해 금융.세제상의 지원등 진흥책을 마련했을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뮤지컬은 예술이기 이전에 기업이요,기술이다.한 편의 뮤지컬을 제작하는 데는 막대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그것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다.따라서 뮤지컬의 정착은 문화를 산업으로 탈바꿈시킨다.영국의 뮤지컬 황제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카메론 매킨토시는 정부로부터 수출공로표창을 받기까지 했다.
뮤지컬 발전에 정부의 몫은 없는 것일까.오로지 연극인들의 만용에 가까운 모험적 희생에 뮤지컬 발전을 전적으로 내맡겨야 하는 것일까.아니면 약삭빠른 대기업들의 기업확장 본능에 의존,언젠가 우리나라도 그들 덕택에 뮤지컬 선진국이 되기 를 기다려야할까. 먼저 다급한 공연장 문제를 살펴보자.뮤지컬 연극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장기공연이 보장되는 공연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10억원대의 제작비를 들여 길어야 단 2주밖에 공연할 수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정부가 나서서 공연장을 서둘러 짓거나 기업으로 하여금 공연장을 건립할 수 있는 의욕을 갖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이밖에도 정부가 할일은 많다.뮤지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금융지원,뮤지컬 전문 제작소 설립.운영,대 관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제도 개발등의 일은 결코 「무력한」 연극인들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뮤지컬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은 결코 연극인들을돕는다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그것은 21세기를 향한 국가발전전략의 일환으로 국록을 먹는 정부관리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