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 소득 늘어도 안 쓰고 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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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영철(40)씨 가족은 올 들어 소득이 조금 늘었다. 올 초 약간의 성과급을 받은 데다 학원 강사를 하는 아내의 수입도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李씨네는 소득이 늘었다고 지출을 늘릴 생각이 없다. 李씨는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저축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3월 소비자 전망 조사 결과'에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금 살아나는 듯하던 소비심리는 2월에 다시 꺾인 뒤 3월에는 더 나빠졌다. 2월에 줄었던 가계 소득이 3월에 다시 반등했으나 소비자들은 소비 지출은 늘리지 않고 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다.

3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94.4로 2월(96.3)보다 1.9포인트 떨어지며 2개월 연속 크게 하락했다. 6개월 후의 경기.생활형편.소비 지출 등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두달 연속 많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월소득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계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소비자 기대지수가 떨어졌다.

소득 상태를 보여주는 가계 수입 평가지수는 3월에 84.1로 나타나 2월(83.2)보다 약간 높아졌다. 그러나 늘어난 소득은 대부분 저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는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대부분 예금 등의 금융자산으로 쌓이는 일본식 장기 불황의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진단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위원은 "소득이 생기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쓰지 않고 저축만 하는 모습이 일본의 장기 침체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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