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D-6] 톡톡 튀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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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대 총선 공보물이 달라졌다. 회초리만으로 달랑 표지를 장식하는가 하면 아예 사진이 없는 경우도 있다.

새 선거법은 합동연설회 등 군중 유세를 없앴다. 후보들이 유권자와 접할 기회는 그만큼 줄었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 가정마다 배포되는 선거 공보에 쏟는 정성이 각별해졌다. 열린우리당 이계안 후보는 문답 형식으로 공보를 만들었다. 기업인인 그가 왜 정치에 입문했는지 등의 글만 빼곡하다. 사진은 4쪽 인쇄물 중 맨 뒷장의 증명사진뿐이다. 李후보 측은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서한문 형식으로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협 후보는 선거 공보 한 면을 '민심 잘 받들어 바른 길을 가겠습니다'란 커다란 글로만 채웠다. 회초리를 표지에 실은 한나라당 김형오 선대본부장은 "선거운동이 엄격하게 제한돼 후보를 알릴 수단이 거의 없다"면서 "법정 홍보물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선거 공보의 관건은 한정된 지면에서 얼마만큼 후보를 알리느냐다. 기업들의 CF 제작 기법과 같다.

한나라당 고흥길 후보는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과 함께 '지난 1년 행복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같은 당 서장은 후보는 드라마 대장금의 이미지를 차용해 '병든 사람은 장금이가, 병든 정치는 장은이가'라고 적은 뒤 가족사진을 담았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후보는 탄핵안 가결 때 울부짖던 사진과 함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를 적어 넣었으며, 같은 당 이인영 후보는 '제가 4년간 신어온 구두'라며 헌 구두 사진을 싣고 '걸어온 만큼 눈덩이처럼 커질 새 정치의 바람'이라고 적었다.

단골 카메오 역할을 했던 3金씨 등의 사진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도 달라진 점이다. 민주당 한화갑 후보는 '한화갑의 화합정치'를 강조하며 '리틀 DJ'라는 별명만 적었다. 열린우리당 권선택.이해성 후보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공보물에 노무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싣지 않았다.

박승희.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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