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은행이야 세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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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세무서를 찾은 주민들이 바뀐 민원실에서 상담하고 있다. [사진=정영진 기자]

경기도 안산에 사는 팽흥원(51·무역업)씨는 지난주 업무차 안산세무서의 민원실을 방문했다 깜짝 놀랐다.

한 달 전까지 서서 상담을 하던 창구는 앉아서 얘기할 수 있도록 낮춰져 있었다. 시중 은행의 계약상당 창구처럼 개별 칸막이도 쳐져 있었다. 대기장소의 딱딱한 나무의자는 편안한 원형소파로 교체됐다.

팽씨는 “직원들의 깍듯한 인사와 안내까지 곁들여져 은행인지 세무서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점포 라운지처럼 변한 안산세무서 민원실이 방문객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고객 편의를 배려하도록 시설을 개·보수 한데 이어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는 민원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무서는 민원실 환경개선 사업을 위해 5월 초 ‘6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한 달가량 서울과 안산 일대 은행 점포와 최근 새 청사에 입주한 지자체 민원실 등 100여 곳을 돌아다니며 벤치마킹했다. 이어 이달 5∼8일 민원실 내부(60평)를 리모델링했다.  

신종무 민원봉사실장은 “민원인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책상을 상담창구 바로 옆으로 옮기고 직접 민원인을 안내하고 있다”며 “27일부터는 매일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원실은 은행 라운지 못지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하지 않도록 대형 벽걸이 TV를 설치하고 잡지들을 비치했다. 대기번호표는 2종류로 나눠 발급하고 있다. 휴·폐업 신고나 사업자등록증 재교부 등 처리가 빠른 민원과 사업자등록신청, 상가임대차 확정일자 신청 등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민원을 분리했다. 은행에서 대출 상담과 입출금 업무를 분리해 서비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산지역 세무사 사무실 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0% 정도가 민원실 시설과 운영에 만족한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윤우진 세무서장은 “말 그대로 ‘섬김의 세정’을 펼치기 위해 최일선에 있는 민원실부터 개선하게 됐다”며 “올가을에는 주차장 인근에 300㎡ 규모의 민원인 쉼터인 작은 숲을 만들어 개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산세무서는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등 8만여 명의 개인 및 법인 사업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평일 700∼800여 명의 납세자(민원인)가 민원실을 방문하고 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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