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황세희의몸&마음] 상사와의 마찰 피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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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여자다. 누군가가 가끔씩 자신의 편의를 위해 이것저것 귀찮은 요구를 해도 그녀는 단 한 번의 귀찮은 내색 없이 늘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런 그녀가 엊그제는 나를 찾아와 “사람이 죽이고 싶도록 미울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섬뜩한 하소연을 했다. 증오의 대상은 직장 상사였다. 이유는 상사가 수시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 상사에 대한 증오심이 날로 커져 내 자신의 인간성마저 파괴하는 것 같아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실로 일터는 가정에 비길 만큼 중요한 곳이다. 직장 동료는 깨 있는 동안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이며 하루에 발산하는 웃음도, 분노도 일터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

이러니 성격이나 스타일 안 맞는 동료가 있을 때, 특히 그 대상이 상사일 때 스트레스가 쌓이고 삶 자체가 우울해지기 쉽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의 한 구직 회사는 1300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 이상이 ‘직장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으며 원인은 상사의 별난 성격과 권위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또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소화불량증·두통·불면증 등에 시달리며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도 네 명 중 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심정과 달리 이직할 처지가 못 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직장인은 상사와의 불화를 어떻게 대처할까. 결과는 대부분 술을 마시거나(40.8%), 그냥 참는다(39.8%)는 현실을 보여준다. 교과서적인 해결책은 상사와 차분한 분위기에서 문제점을 상의해야 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의학자들은 꾹 참는 일이 반복되면 우울증 등 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지고, 술 역시 다음 날 기분만 더 울적하게 만들 뿐이라고 우려한다.

과연 상사와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묘책은 없을까.

우선 의학적으로 타인의 성격이나 태도를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 번쯤 내가 느긋한 마음으로 상사의 입장을 고려해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예컨대 변덕스럽고 고압적인 태도로 막말하는 상사를 볼 땐 분노심을 키우기 전에 ‘저런 미숙한 성격을 가졌으니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겠구나’ 혹은 ‘군사 독재 시절에 대화 대신 폭력성만 배운 피해자’라는 식의 연민을 가져 보는거다.

직장은 공무를 보는 곳이다. 따라서 상사와 불화가 있을 때 ‘불쾌하다’는 반응보단 ‘업무에 어떤 차질이 있을까’라고 생각하자. 이견이 있을 때도 ‘그가 틀렸다’라기 보단 ‘나와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는 식의 객관적 해석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내 기분이 덜 나빠진다.

상사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특이해 적응이 힘든 경우엔 상사와 업무 이외의 사적인 관계는 최대한 슬기롭게 피해야 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안은 상사의 기분이나 상황이 좋을 때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전달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또 학습·운동·취미생활 등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은 여유있는 태도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가 날 땐 회사 동료 ‘이외’의 사람,즉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도 조속히 가져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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