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직 놓고 감도는 전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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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강정원(58) 국민은행장의 완승인가, 황영기(56) 전 우리금융 회장의 역전승인가. 국민은행의 지주회사로 9월 출범하는 KB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을 놓고 경합이 치열하다. 처음엔 강 행장의 겸직이 점쳐졌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통한 심사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회추위가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됐으니 현직인 강 행장에게 후한 점수를 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전 회장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기류가 확 바뀌고 있다.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 회장 및 우리은행장을 지낸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참여하면서 금융위원장·산업은행장의 물망에도 올랐다. 이번에도 그냥 이름만 올린 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자 침묵을 지키던 국민은행 노조가 나섰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우리은행장을 지낸 사람이 당시 경쟁 상대였던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는 것은 도의상 타당하지 않다”며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강구해 황씨의 회장 선임을 막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노조는 강 행장의 연임에 반대해 2개월 가까이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하지만 회장 선임에선 사실상 강 행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민은행 내부에선 성격이 강하다고 알려진 황 전 회장으로 낙점될 경우 두 살 많은 강 행장과의 마찰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일부에선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에서 손실을 본 것을 문제 삼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은 KB금융지주 회장직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29일 “공직보다는 민간에서 할 일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특히 KB금융지주는 신생 회사이기 때문에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은행은 1등 은행이지만 증권·보험·자산운용 등은 굉장히 취약하다”며 “과거의 경험을 살려 비은행 부문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강 행장이 한 걸음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외이사 일부가 황씨를 선호하고 있어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회추위는 다음달 3~5일께 인터뷰를 거쳐 후보자를 결정한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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