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개인 총기 소지는 합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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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가정에서 총기를 보유하는 건 침해할 수 없는 개인의 고유 권한이라고 미국 대법원이 26일 판결했다. 대법원은 수도 워싱턴D.C. 당국이 32년간 유지해 온 개인의 총기소지 금지법이 수정헌법 2조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2조엔 '국민의 무기 소지 권리는 침해되지 않는다'는 대목이 있다.

9명의 대법관 중 총기 소유를 찬성한 대법관은 5명이며, 반대한 사람은 4명이다.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헌법은 개인이 가정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개인용 총기를 소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며 다수 의견을 대표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기 사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헌법정신의 수호에 어긋나는 정책 수단을 채택할 수는 없다"고 했다.

워싱턴 당국은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무기 소지권을 '경찰과 보안군의 집단적 무기소지권'으로 좁게 해석, 1976년 이래 미국에서 개인의 총기 소지를 가장 엄격히 금지하는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연방법원을 경비하던 딕 앤서니 헬러(66)가 가정에서 권총을 보유할 수 있는 허가를 받지 못하자 워싱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당시 딕 체니 부통령은 헬러의 편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당국은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다시 패소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국민의 총기 소유 권한을 보호하는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이번 판결은 총기 소유가 의사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처럼 기본권이라는 걸 확인해 주는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헌법이 개인의 총기 소지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지만 상식적이고 효과적인 안전 조치를 통해 폭력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 총기협회(NRA)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총기 소지를 제한하고 있는 곳을 상대로 소송을 걸 방침임을 밝혔다. 리처드 댈리 시카고 시장은 "충격적인 대법원 판결로 시카고에서 총기 보유 금지가 해제될 경우 새로운 폭력이 발생할 것이며, 경찰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금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도 "이번 판결은 국민의 안전을 해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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