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건설 왜 부도났나-아파트미분양 늘어나 결정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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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영정상화를 위한 1년여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우성건설이 쓰러지면서 연초부터 경제권을 강타하고 있다.
도급순위 18위인 우성의 부도는 우리 건설업계의 현 주소를 보여줘 관련업계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작년 3월 무등건설을 시작으로 유원.삼익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총선을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 엄청난 파문이 예상되는 우성을부도처리했다는 것도 여러 측면에서 전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그동안 업계.금융계에서는 우성 뒤에 만만치 않은 정치적 배경이 있음을 들면서 『설마 지금 부도를 내겠느냐 』는 진단이 강했다. 우성이 짓고 있는 아파트가 1만6천여가구에 이르고,하도급 업자도 2천여개를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은행단 내부에서는 『너무 충격이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밑빠진 독에 더이상 물을 부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부도→법정관리 신청→3자인수 추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정부도 「입주가구나 하도급 업체에대한 파급효과 최소화」를 조건으로 부도에 동의하 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어쨌든 이번 부도로 인해 건설업계는 물론 증시.경제계등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삼익등 다른 건설업체도 그랬지만 특히 우성은 주택사업이 전체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아파트가 안 팔린게 그룹전체의 운명을 바꿔놓았다고 볼 수 있다.
우성건설이 안고 있는 미분양아파트는 1천5백여가구.이 회사의사업규모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돈이 땅에 묶여 자금이 돌지않으니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아파트 사업을 벌이면서도 수주사업보다 자체사업에 치중한 것도주 요인이었고 지나치게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것도 이런 결과를초래하는데 한몫했다.
우성은 지난 89년에 매입한 부산수영만부지,경기도광주 경안리부지등 땅에만 3천5백여억원이 묶여 있고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주비 등으로 2천5백억원이상 들어갔다.
무리한 사업 확장도 부실을 가속화시켰다.지난 85년 인수한 우성타이어에 계속 돈을 쏟아부어야 했으며,2세인 최승진(崔勝軫)부회장도 사업다각화를 내걸고 우성유통.용마개발(現 우성공영)등으로 사세를 확장했지만 대부분 적자를 면치못하거 나 별 이익을 내지 못한 것도 부도의 원인이 됐다.
이런 이유로 작년 봄부터 부도설이 강하게 나돌았고 이렇게 되자 금융기관들이 신규 대출과 보증을 꺼리고 사채시장에서도 어음이 돌지않아 주름살이 깊어만 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작년 5월부터 채권은행단으로부터 긴급 수혈받는 한편▶보유 부동산 처분▶우성타이어등 계열사 정리 등을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을 추진했다.
작년 9월에는 서울 다동빌딩이 한미은행에 팔리고 10월들어 부산리베라 호텔.우성유통등을 ㈜대우측에,우성타이어를 한보측에 각각 넘기는 것으로 얘기가 되면서 회생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대우.한보와의 협의가 무산되는등 정상화 계획에 다시 차질이 빚어졌다.
우성은 다시 은행단으로부터 긴급지원 등을 통해 연명해 왔지만동서증권이 1백69억원의 어음을 돌린 것을 계기로 결국 부도의길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고현곤.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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