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 양당의 선두 후보주자 부인2명의 치열한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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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민주.공화 양당의 선두후보주자 부인 2명의 맹렬성과 경력.성격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공화당 선두주자 보브 돌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 돌(60)이 남편돕기 선거운동을 적극 펴면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49)와 비교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레이건및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교통.노동장관을 지낸 거물급 인사이자 30여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통해 남편 돌의원을 능가하는 정치적 감각을 가진 퍼스트 레이디 후보라는 평이다. 이에 반해 힐러리는 클린턴대통령 취임후부터 공화당의 끈질긴 인신공격 대상이 돼 부군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그녀는 최근 대필(代筆)의혹을 산 자신의 새 저서 『어린이에게는마을이 필요하다』의 판촉활동을 시작하면서 공군기를 사 용해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출판사인 사이먼 앤드 슈스터사가 힐러리의 항공여행경비로 1등석 항공기표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방정부에 반환하는 조건이다.그러나 공화당은 나머지 공군기 이용에 따른 추가 세금 축내기를 문제삼을 기세다.백악관측 은 힐러리의 경호문제를 이유로 공군기 사용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들 두사람의 입지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힐러리는 예일대법대를 졸업한 저명한 변호사 출신으로 클린턴 대통령의 아칸소주지사 재임중 그 주변에서 정치감각을 익힌 인물이다.반면 엘리자베스는 듀크대를 거쳐 하버드대법대 졸업후 유타대에서 강의를 잠깐 한데 이어 계속 공직생활을 해 와 미국의 존경받는 여성 10인에 뽑히기도 했다.힐러리는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든 퍼스트 레이디」로 소문나 있으나 엘리자베스는 「내가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되지 못하면 대통령부인이라도 되겠다」는것이 대학시절의 포부였다.
힐러리가 아칸소라는 시골에서 올라온 비워싱턴 여걸이라면 엘리자베스는 워싱턴의 정치판에서 다져진 순수 워싱턴인이다.
두 여걸의 닮은 점은 모두가 공직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지다.힐러리는 지난 93년 이미 미국연방의료제도개혁을 주도했고 현재에도 클린턴의 대통령직 수행에 간여하고 있다.이같은 힐러리의정치참여는 올해 선거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엘리자베스는 부군 돌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조용하게 백악관 내부만 지키고 있지 않을 것임을 아예 공개 선언했다.그러나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여론조사에서는 아직도 힐러리가 엘리자베스를 인기도에서 54%대36%로 앞서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필 그램 상원의원의 한국계 부인 웬디(51)는 뛰어난 학자이자 선물거래위원장(차관급)을 지낸 적극적인 성격의 퍼스트 레이디 후보로 지목되고 있으나 최근 표면에 잘 나서지 않아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워싱턴=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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