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뿔났다 … 21안타 대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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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마터면 LG 김재박 감독 최악의 생일이 될 뻔했다. 그러나 LG 타선은 폭죽 같은 안타를 쏟아내며 김 감독의 54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LG는 26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20-1로 대승을 거두고 지긋지긋한 9연패에서 벗어났다. 수훈갑은 이날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안치용이었지만 선발투수 봉중근도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봉중근은 지난 5월 1일부터 9일까지 팀이 9연패에 빠졌던 11일 대전 한화 전에 나와 연패를 막아냈던 선봉장. 6월 14일부터 다시 시작된 연패를 또다시 ‘9’에서 막아냈다.

타선도 오랜만에 대폭발 했다. 1-0으로 앞선 2회 박용택의 스리런 홈런이 나왔다. 이것도 성에 안 찼는지 LG는 3회 타자 일순하며 6득점 했다. 5회에는 안치용의 3점 홈런, 이어 최동수의 2점포가 ‘폭죽 쇼’ 하듯 나왔다.

LG는 9연패를 당하는 동안 총 22점(경기당 2.44점)의 빈공에 그치다가 이날 하루 동안 무려 21안타를 터뜨리며 20득점을 올렸다. 올 시즌 한 팀 최다 득점이자 양팀 최다 점수 차 기록이다. 3루 쪽 삼성 팬들조차 박수를 보냈다. LG가 9연패를 당하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대구 팬들도 그 심경을 헤아리는 것 같았다. 20-1이 되자 한 LG팬이 중얼거렸다. “이 점수가 경기마다 조금씩 나눠서 나왔더라면….”

김재박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흐흐흐’ 하고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연패 중) 밤에 맥주를 마신 날이 많았다. 선수들에게 오늘 하루만 야구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고 말했다.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 안치용은 “6년간 같이 고생했던 2군 코칭스태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영직 2군 감독과 이정훈 타격코치가 생각난다. 팀 연패를 끊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3루에 슬라이딩했을 때 속으로는 무척 기뻤지만 삼성 더그아웃이 바로 코앞이라 코치와 하이파이브만 나눴다. 부상 없이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식 기자, 대구=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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