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科學-일본서 전래된 용어 옛날의 '격물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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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과학(科學,Science)이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모든 지식을 말한다.즉 객관적.주관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대해 합리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학문 분야다.중국에도 그런 분야는 일찍부터 있었지만 다만 이름이 달랐을 뿐이다.
중국에서는 그것을 격물치지(格物致知),줄여서 격치(格致)라고했다.사서(四書)의 하나인『대학(大學)』에 보이는 말이다.
중국은 명나라때에 이르면 서양과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많은 선교사들이 중국에 오게 되는데 이와함께 그들의 과학지식도 전파되어 한때 중국에서는 과학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 결과 명말(明末)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이론을 소개한 책을 번역하게 되었는데,책 이름을 『공제격치(空際格致)』라 했다. 공제는 자연,격치는 과학이었으므로 지금 말로 하면 「자연과학」인 셈이다.「科學」이라는 말은 사실 일본으로부터 전래된 명칭이다.1896년 개화의 선봉장이었던 청(淸)나라 양계초(梁啓超)가 「변법통의(變法通義)」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인용한 것이 효시(嚆矢)라고 한다.그것을 2년뒤 강유위(康有爲)가 재차인용하여 확산시켰으며 후에 진독수(陳獨秀)가 「신청년(新靑年)」이라는 잡지에서 「사이언스」의 「사이」발음을 빌려와 중국식으로 「색선생(塞先生)」(塞의 중국발음은 「싸이」.곧 Mr.Science)으로 풍자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科學이 「격치」라는 말 대신 널리 사용되어 지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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