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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글로벌化 떠오르는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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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진실의 반대는 거짓말이 아니다.사람들을 진실처럼 믿게 만들면서도 막상 현실과는 거리가 먼 신화(神話)』라고 케네디 전미국대통령은 말한 적이 있다.글로벌화가 현실이냐,신화냐 라는 논쟁은 그칠 줄을 모른다.
정보와 자본,기술,생산능력의 국제적 이동이 가속화하면서 경제에 국경(國境)이 허물어지고 이 「글로벌화의 힘」앞에 개별국가의 주권과 정부의 권능(權能)은 날로 잠식당하는 추세다.
일본의 경영 구루(guru)인 오마에 겐이치는 「국가의 종말」로까지 표현했다.「역사의 종말」같은 후쿠야마류(類)의 과장법이다. 개별국가와 정부는 속된 말로 「별 볼일 없게」된 것인가.최근 5년사이 신생국가는 20개나 탄생했다.옛 소련및 공산주의 붕괴에 따른 정치적 분리독립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적.인종적 이유로,또 민주화로 분리독립의 열망은 곳곳에서 불타오르고 있다.국가가 없어지기는 커녕 도리어 늘어나는 추세다.
알베르토 알레시나(하버드대)와 엔리코 스폴레오르(브뤼셀대)의공동연구 「국가의 숫자와 규모」에 따르면 민주화및 글로벌화로 국가의 숫자는 늘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규모의 경제」를 위해 하나의 큰 나라로 합치는 것보다 지역적 .인종적 이해관계를 좇아 작은 국가들로 쪼개지는 경향이다.
글로벌화에 일견 모순된다.그러나 정치적 분리독립을 촉진시키는것은 다름아닌 「글로벌화의 힘」이라는 역설(逆說)이 주목을 요한다.국가간의 경제적 통합이 깊어질수록 작은 지역국가들은 「홀로서기」가 그만큼 쉬워진다.
글로벌화는 곧 주권의 포기가 아니고 상호의존적 세계에서 주권국가와 정부역할의 재정립이 그 참뜻이다.
한나라가 득을 보면 한나라가 그만큼 손해를 보는 제로 섬 게임이 아니고 모든 국가들이 협력을 통해 전체복지의 증진을 도모한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타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국제자본이동은 개별국가의 통제권 바깥이다.글로벌화는 기업경영분야가 가장앞서가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기업」은 아직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정착된 현실도,그렇다고 신화만도 아니다.「떠오르는 현실」이고,그려진 그림이라기 보다 계속 그려나가고 있는 그림이다.외국에서는 거대기업들이 원.부자재 공급업체들과 노조,그리고 정부와의협상때 흥정무기로 이 글로벌화가 곧잘 강조된다.
글로벌화는 정부차원에서 「국가관료」 아닌 「국제관료」의 등장을 의미한다.
바깥을 향하는 국제화가 아니고 세계속에서 우리를 보는 안목이필수적이다.우리의 구름잡는 「세계화」는 갈수록 그 의미가 안개속이다. (본사 칼럼니스트)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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