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변호사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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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변호사를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3년전쯤부터의 일이다.미국을 거점으로 한 이들 소설과 영화는 전세계 구석구석에까지 급속도로 전파됐다.그 선두주자가 존 그리셤과 스콧 서로인데 그들은 똑같이 변호 사며 소설가다.하지만 이제 변호사 수임료는 푼돈에 불과하고 엄청난 소설 인세와 영화 판권으로 그들은 돈방석에 올라앉게 됐다.
그리셤의 소설을 영화화해 93년 흥행실적 1위를 기록한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에서 한 변호사는 세법(稅法)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그건 일종의 게임이다.우리는 부자에게 계속부자가 될 수 있는 게임 규칙을 가르쳐 준다.그 리고 국세청은그 규칙을 계속 뜯어고친다.그에 따라 우리가 부자에게 그 기술을 가르쳐주면 계속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말 속에 담긴 의미는 단순하다.세법이 간단 명료하면 변호사 따위는 쓸모없어진다는 뜻이다.법이 많이,그리고 자주 바뀔수록 변호사의쓰임새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런 까닭에 당연하다.좀더 넓은 차원에서 봐도 다를 바 없다.정권이 바뀌 면 이것 저것 달라지는 게 많으니 변호사들은 쾌재를 부르고,의회가 일거리를 위한 일거리를 만드는 동안 변호사들은 느긋하게 그 추이만을 지켜본다.
클린턴 정부가 들어섰을 때 변호사들이 갑자기 바빠진 것도 그렇고,새정부가 출범한 직후 몰아닥친 사정(司正)한파로 변호사들이 호황을 구가한 우리나라 경우도 마찬가지다.「사정특수… 변호사 대호황」「부장 판.검사 출신들 큰 인기」「수임 료 수천만~수억대」.이것이 그 무렵 신문기사의 제목들이다.대중적 인기 차원에서 회자(膾炙)되는 변호사들이 많아진 것도 그때부터의 일인듯싶다.텔레비전등 방송매체에 자주 출연해 인기를 가속화하는 변호사도 생겨났고,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변호사들도 수두룩하다.
그 인기를 휘몰아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변호사는 100명이 훨씬 넘으리라는 전망이다.절반만 당선돼도 14대(27명)보다 2배 이상의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등장하게 된다.법률.규정.
규칙.계약.중재.협상 등에서 보통 후■들보다 프리 미엄을 갖는셈이지만 그 프리미엄이 「훌륭한 국회의원」의 절대 전제가 되는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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