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8년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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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을 보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물가 불안도 계속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이 나왔다.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좋지 않게 생각하면 지갑을 닫고, 소비가 줄면 실물경제는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의류와 외식업 등 일부 업종에선 매출이 줄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분기 소비자동향조사(CSI)에 따르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86으로 1분기보다 19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00년 4분기 86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하락 폭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밑돈 것은 현재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이 나쁠 것이라고 믿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소비지출 분야에선 외식비와 의류비·여행비를 우선 줄일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심리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은 최근 생필품 가격이 오른 것이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민간 소비도 빨간 불이 켜졌다. 국민은행 경제연구소가 전국 120만 명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8 업종 리포트’에 따르면 올 1~4월 신용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4월은 11.7% 증가했었다. 의류 매출은 2.5% 줄었고 한식당 매출도 0.6% 감소했다. 국민은행 최영철 연구원은 “소비가 위축되는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물가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하반기 경제운용 간담회를 열고 “이달 물가가 5월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인 것을 감안하면 이달 물가는 5%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은 “하반기 정책기조는 물가와 민생 안정이 최우선”이라며 “다만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충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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