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메모리 함께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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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한국 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힘을 모은다.

반도체 관련기업 대표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반도체 통합협회 출범식을 열고 ‘반도체산업 기술협력 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STT램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9월부터 테라비트(Tb)급 반도체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개발(R&D)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축사에서 “삼성과 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를 함께 개발하고, 국제표준화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른 산업에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각각 세계 메모리반도체 1, 2위 업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세계 D램 시장의 49%, 낸드플래시 시장의 59.3%를 점한 절대 강자. 그러나 일본 도시바, 독일 키몬다 등의 추격이 거세다. 여기에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은 지난해 합작법인을 만드는 등 ‘타도 한국’ 연합전선이 갈수록 넓어진다. 이런 상황에 공동 대응해 2012년께로 예상되는 450㎜ 웨이퍼로의 규격 전환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통합협회를 중심으로 장비 표준화와 중소기업 기술지원, 장비·소재 국산화 등 ‘포괄적 기술협력’도 추진한다. 지경부 산하인 통합협회는 기존 반도체산업협회(옛 산업자원부 산하)에 144개 반도체 설계업체로 구성된 IT-SoC협회(옛 정보통신부 산하)를 합친 것이다. 초대 회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오영환 동부하이텍 사장,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 등도 참석했다. 권 사장은 개회사에서 “메모리반도체에서 세계 1위지만, 비중이 훨씬 큰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은 2.5%에 불과하다”며 분발을 다짐했다.

우리 전자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가 구심이 돼 디스플레이협회를 출범시키면서 두 회사는 부품·재료와 패널을 교차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반도체 업계 협력으로 국산화 전략이 제대로 진행되면 삼성과 하이닉스는 내년까지 6463억원어치의 국산 장비·재료를 추가 구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창우 기자

◇STT램=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데이터가 보존되는 플래시메모리의 특성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른 D램의 장점을 겸비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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