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자기 갈 길 가던 서울대 얼짱, 이제는 방송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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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서울대 학생들을 열광시킨 여학생 몇명이 있다. ‘의대 성유리ㆍ법대 전지현ㆍ사범대 한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최초로 ‘서울대 얼짱’ 타이틀을 거머쥔 3명이다. 본명은 잘 모르더라도 이 별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학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들의 사진을 한 두 개쯤 다운 받지 않은 이들도 없었다. 나중에는 본명과 사진, 미니 홈피가 공개돼, 서울대 안팎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서울대 얼짱’은 2006년까지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자주 오르내렸다. 지금도 이들의 별명을 포털사이트에 치면 사진이 뜰 정도다. 당시 의류학과 재학생이던 김태희는 정작 공식 얼짱 대열에는 끼지 못했다. 오래 전부터 연예인을 지망했던 터라 학교에 얼굴을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도 서울대 얼짱이라는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를 몇 번 휩쓸었다. 주인공은 외교학과의 임선희(23). 씨. 그는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파일럿(시험방송)판이 지난 2월에 방영됐고, 5월 정식 편성됐다. 게다가 임씨는 한 지상파 DMB 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전격 발탁됐다. 이 때마다 서울대 얼짱이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서울대 얼짱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임씨 외에 지주연(25ㆍ언론정보학과 졸업)씨와 최보윤(23ㆍ약학과)씨 등이 뜬다.

얼짱 가운데서도 서울대 얼짱의 지위는 독보적이다. 인터넷과 방송가의 관심도 뜨겁다. 미모뿐만 아니라 학벌을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머리가 좋으면 외모가 별로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인물들인 만큼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모라는 기준에서 서울대 얼짱은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닐까? 곽 교수는 이 같은 반론에 동의한다. 그는“다른 집단에서는 평범할 수도 있는 수준인데 서울대라는 후광 효과 덕분에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얼짱에 쏠린 관심 때문인지, 이들의 진로 선택도 점차 바뀌고 있다. 원조 얼짱 3인은 자신의 전공을 충실히 살려나가고 있다. 의대 성유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신모씨는 학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한 대학병원의 레지던트로 근무 중이다. 신씨는 매일 수천명이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고맙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자신의 미니 홈피도 사실상 닫은 상태다. 나머지 두 명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 신예 얼짱 3명은 방송계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미 방송가에 발을 디딘 임선희씨는 아나운서 지망생이고, 지주연씨는 방송기자로 지원할 예정이다. 최보윤씨는 벌써부터 기획사에 소속돼 연기자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 셋 다 1, 2학년 때 인터넷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뒤 학교 홍보 모델이나 잡지 모델 경험을 쌓았다. 서울대 얼짱이라는 타이틀로 인터넷에서 관심 몰이를 한 후 방송에 데뷔하는 것을 두고, 학교 안팎에서 비판도 없지 않다. 서울대 얼짱이 연예인을 지망하는 다른 얼짱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태희의 경우를 보더라도 연예계ㆍ방송계에서‘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여영ㆍ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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