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社 직원 2명이 400억 횡령 해외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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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용카드사 직원들이 회사 돈 400억원을 횡령한 뒤 해외로 달아났다.

우리은행은 7일 옛 우리신용카드 직원 2명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 30일까지 4개월간 회사자금 40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이들을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체조사 결과 이들이 횡령한 자금으로 투기적인 선물옵션에 투자하다 많은 손실을 보자 해외로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금을 횡령한 직원은 옛 우리신용카드 종합기획부에서 자금을 담당하던 박모(36)과장과 오모(32)대리로 지난 6일 吳대리가 친척에게 "가족을 잘 부탁한다"며 2억1000만원을 건네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친척이 경찰에 신고해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우리신용카드 법인 당좌계좌에 있는 돈을 자신들이 몰래 회사 명의로 만든 비밀계좌에 이체한 뒤 인터넷 뱅킹을 통해 인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무려 200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 등에 대한 부문 검사에 착수했으며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관련 임직원을 엄중하게 징계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자금의 입출금 흐름을 자금 관리자와 회계 책임자가 이중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카드사는 이중확인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회사 내부자 또는 증권사 직원과 공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들의 횡령 금액이 400억원대로 선물옵션 시장의 지수변동에 영향을 줄 정도로 규모가 큰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 직원들과 짜고 선물옵션 투자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신용카드는 신용카드 부실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달 31일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선물이란=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의 특정 시점에서 상품을 사고 팔기(매수.매도)로 현재 시점에서 약속하는 거래를 말한다. '선물옵션'은 보통 선물인도 개월이 3개월(예: 3월, 6월, 9월, 12월)로 표준화돼 있는 옵션을 가리킨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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