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줄이고 대중교통으로’ 고유가에 움츠린 휴가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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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솟는 유가가 멋진 여름 휴가를 향한 직장인들의 의욕마저 흔들고 있다.

중앙일보와 잡코리아가 12∼18일 외국계 회사를 포함한 직장인 1017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여름 휴가를 가기로 했던 898명 가운데 61%는 ‘고유가 탓에 휴가 계획을 바꿨다’고 답했다. 이 중 ‘휴가 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44.9%로 가장 많았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으로 휴가를 떠나겠다’는 직장인이 30.1%로 뒤를 이었다. 아예 ‘휴가 기간을 줄이겠다’(14.8%)거나 ‘해외여행을 국내여행으로 바꾸겠다’(8.9%)는 쪽도 적잖았다. 휴가 평균 경비도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28만원 하던 것이 26만원으로 줄었다.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는 “고유가로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른 게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휴가 소비심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신세계가 16∼19일 회사 임직원 1055명을 설문한 결과를 봐도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더위가 한풀 꺾인 9월 이후로 휴가를 미루겠다는 답이 지난해 10%에서 올해는 28%로 늘었다. 이 회사 김윤섭 과장은 “이달 하순에 휴가를 떠나려고 했지만 자가용으로 웬만한 명승지나 해변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다음달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고유가로 인해 직장인의 휴가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미 산업동향을 조사하는 뉴욕 NPD그룹이 최근 현지 직장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49%가 ‘여름 휴가를 줄이고 가급적 집에서 보내겠다’고 답했다. 이런 추세 때문에 ‘스테이케이션(staycation:휴가를 집 근처에서 보냄)’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고유가는 직장인들의 외식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본지와 잡코리아가 물어본 1017명 가운데 82.8%(842명)는 ‘가족 외식 행태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외식 횟수가 줄었다’는 응답이 53.9%로 가장 많았고 ‘할인쿠폰을 최대한 활용한다’(21.9%), ‘고급 대신 싼 음식점을 찾는다’(14.3%)는 답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월평균 6회이던 외식 횟수는 4.5회로 줄었다.

이런 변화는 유통업체의 매출에서도 알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가 올해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판매한 초밥·피자 등 즉석 식품의 매출은 품목별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40% 늘었다. 해물탕·부대찌개 팩처럼 집에서 간단하게 끓여 먹으면서 외식 기분을 낼 수 있는 반(半)조리식품의 매출도 품목별로 30~200% 증가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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