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CD게임방 청소년 정서 좀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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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7일 오후 서울서대문구 창천동 A「CD 게임방」.金모(13.
국교6)군이 주인에게 1,000원을 내고 CD 게임기를 능란하게 조작한다.이어 알아 듣지 못할 일본말이 흘러나온뒤 『야앗』하는 소름끼치는 기합소리와 함께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의 한 사무라이가 번쩍이는 칼날의 일본도를 휘두른다.요즈음 「CD 게임방」에서 제일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 「사무라이 3」이다.곧바로상대의 허리는 참혹하게 두 조각이 난다.순간 게임을 즐기던 金모군의 얼굴에는 환한 승리의 미소가 떠오른다.『너무 기분이 좋아요.마치 내가 사무라이가 돼서 직접 칼을 들고 싸우는 느낌이들어요.』 CD 게임방은 일반 전자오락실과는 달리 CD롬의 게임프로그램을 작동,스테레오 음향과 실감나는 영상을 제공한다.
때문에 지난해 초 신촌 대학가에 첫선을 보인후 10대 초.중.고생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끌며 종로.대학로.신림동.화양동등대학가와 상계동등 아파트 단지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30여곳이 성업중 이다.이들 업체는 대부분15평 규모로 20~30대의 CD 게임기를 갖추고 있다.
현재 CD 게임방에서 인기를 모으는 오락물은 「사무라이3」을비롯,여성투사들의 결투인 「프리티 파이터」「킹 오브 파이터」등개방된 일반오락실에선 허가되지 않은 자극적.폭력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프리티 파이터」는 하얀 가운을 입은 여간호사,안경낀 여교사,세일러복의 여학생등을 잔인한 투사로 등장시키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이들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조장하고 있다.
학부모 鄭모(36.회사원.종로구동숭동)씨는 『국민학교 3학년인 아들이 게임방에 가자고 해 따라가봤더니 프로그램이 모두 잔혹한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와 업소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CD 게임방의 프로그램이 잔혹한 폭력물인 데도 서울시나 구청.경찰등 당국의 단속의 손길은 전혀 닿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당초 CD 게임방이 CD를 빌려주는 비디오판매업으로등록돼있어 유기장(오락장)으로 등록했을 때 받게 되는 게임에 대한 사전검사를 받지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중위생과의 한 관계자는 『유기장이 아니라는 법적인 허점 때문에 폭력 일색의 게임이 나와도 단속을 못하는 실정』이라며 『L사.S사등 게임기 및 프로그램을 수입.판매하는 기업체들의 자율적인 심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 했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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