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여당지원 옛말-총선 앞둔 官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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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민정부에서 첫 총선을 맞는 행정부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과거 5,6공정권아래서 치른 총선 때처럼 집권여당에 대한 자발적 지원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야당단체장의 대거 등장으로 중앙의 통제력이 상실돼 은밀한 관권선거 지시와 선심행정등도 흘러간 옛노래가 되어 버렸다.여당으로서는 오히 려 야당 단체장의 관권선거를 우려해야할 판이다.
야당당적(黨籍)단체장의 등장속에 치러지는 첫 총선에 총리실측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는 게 상책』이라는 입장이다.단체장의 관권선거 예방에 적극 나설 경우 『과거엔 가만있다가 왜 나서느냐』는 야당측의 시비에 말려들 수 있으며 형평성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게 행정부쪽 우려다.이에따라 총리실측은 『단체장의 확연한 불법행위를 검찰에서 본보기로 처벌하는 방법외엔 일체의 간여를 않는다』는 내부방침을 굳혀놓은 상태다.
집권여당에 대한 공무원의 적극적 지원자세가 사라진 것도 달라진 양상.과거같으면 이맘때쯤 봇물터지듯 했던 선심정책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문민정부의 중립성 유지원칙때문일 수도 있다.그러나 좀더 들어가면 줄 곧 개혁과 사정지향적이었던 신한국당(가칭)이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한 탓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정권 때처럼 집권여당을 나서서 도와주려는 공직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정권 초기부터 민주계등 여당실세들은 공무원들을 사정대상으로 인식한 측면이 있으며 그 흐름이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게 상당수 고위공직자들의 주장이다.
한 총리실 간부는 『여당이 그간 수족(手足)인 공무원을 보호하지 않았던 게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잦은 장.차관 개각등으로 물갈이 인사를 하면서 아무런 개인적 대책없이 실업자(?)를 양산했다는 불만도 있다.
현직 이형구(李炯九)장관의 구속등 가차없는 공직사정에서 보듯『더이상 집권여당은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린다.수십년간 유지됐던 공직사회의 「기득권 파괴」에 대한 불만이다.
총무처의 한 국장급간부는 『재야운동권인사의 여당영입도 보수적인 공직사회에 적잖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그간의 공무원봉급동결등 열악한 후생문제도 한 몫 했다고 주장한다. 정무장관실의 한 간부는 『관권선거에 연루되면 성역없는사정의 희생양이 될 건 뻔한 일』이라며 『당측도 이같은 분위기를 인식,당정협의때의 민생정책 요구외에 별도의 메시지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현 여당이 과거의 막강한 여당이 아니라는 힘의 논리로 인기하락을 해석하는 공직자들도 있다.
과거여당은 중앙.지방을 모두 장악,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위협으로 공무원들을 선거현장으로 내몰았다.여당의 과반수의석 확보가 회의적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가 향후 정국을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등이 행정부의 선거불개입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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