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증권 공개 매각 '소문난 잔치'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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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2위권의 대형 증권사인 LG투자증권 매각이 뜻밖에 맥빠진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5일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마감된 인수의향서 제출에 응한 금융회사는 4~5곳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0여곳 이상이 될 것이라던 전망보다 크게 줄었다.

국내에서는 일찌감치 인수 의지를 보여온 우리금융과 미래에셋 정도가 의향서를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아예 인수 불참을 선언했다.

나머지 두세 곳은 뉴브리지캐피털 등 외국계 펀드와 투자은행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선 주요 경쟁자들이 사라지면서 우리금융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전략.투자은행 담당 임원을 보강하는 등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강조해왔다.

인수 희망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채권단이 산정한 가격(주당 2만1400원)이 현 주가(1만350원)의 두배 수준에 달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채권단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에 매각되는 21.2%의 지분만으로 경영권 행사가 순탄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산운용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금융회사들에 위탁 매매에 의존하는 증권사 인수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각을 추진 중인 LG카드 채권단은 적지않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경쟁자가 적어져 제값을 받지 못할 경우 LG카드에 추가 지원키로 한 2조원 중 3500억원을 LG증권 매각대금으로 충당한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지난 1월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추가 지원에 난색을 보이자 1원에 인수한 LG그룹 대주주 지분 4.4%(537만1000주)와 시장가격으로 사들인 LG그룹 계열사 지분 16.8%(2050만6000주) 등 21.2%를 팔아 일부를 충당키로 하고 각 은행의 부담을 낮춰줬다. 채권단은 이 과정에서 당초 2000억원이었던 매각 차익을 3500억원으로 늘려 잡기도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 차익이 예상에 못 미칠 경우 지원 분담금을 둘러싼 채권단 내의 갈등이 재발해 LG카드 정상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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