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權논의' 들먹이는 與중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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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선 정국이 대권 예비정국으로 변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신한국당(가칭)은 이회창(李會昌).이홍구(李洪九)전총리,박찬종(朴燦鍾)전의원 등 3인의 입당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그러나 이들의 입당은 어떤 형식으로든 「차기 내락설」을 대두시킬 가능성이 높다.
李전총리 등이 입당한다 해도 청와대가 앞장서 영입인사 대권론을 부추기진 않을 것이다.본인들도 입당하자마자 대권 논의에 휘말리는 것을 무조건 반길 수 없다.
그러나 일껏 영입해온 사람들에게 『선거대책위의 공동위원장이나부위원장 자리가 끝』이라는 식으로 말하기란 어렵다.뭔가 가능성을 열어줘야 표가 모인다.당 이미지도 그래야 개선된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여권내 토박이 중진들인 김윤환(金潤煥).최형우(崔炯佑).이한동(李漢東)의원 등 주변에서도 대권 논의가 벌어지면 동참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김윤환대표측은 대구.경북(TK) 민심을 들고 있다.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 구속이후의 TK 민심을 돌리는 길은 TK의 집권 가능성을 열어주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5~6명의 TK의원들이 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金대표의 3일 기독교방송 인터뷰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크다.「앞서진 않겠으나 뒤처지지도 않겠다」는 의지의 소산같다.
이한동부의장 쪽도 비슷하다.승부처인 경기.강원등 중부권에서 표를 모으는 길은 이 길이 가장 효과가 높다고 주장한다.李부의장도 몇몇 경기도 의원으로부터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공식화하도록 건의받고 있다.민주계인 崔의원의 입장이 묘하다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자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한 불충(不忠)으로비칠 수 있다.그러나 차기 논의단계에서부터 민정계에 한수 밀릴경우 본인의 위상이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여기에 민주계의 사기 문제도 걸려 있다 .이래저래 이들도 논의의 확산 단계에서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국당이 차기 대권 문제를 자제한다 해도 야당이 가만 있지않을 것이다.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두 총재가 총선에서차기 대권을 내세우며 근거지와 수도권에서 바람몰이에 나설 것은필지의 사실이다.이때 여당에서는 「얼굴있는 후계 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선거 일선으로부터 제기될 수 있다.
金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조기 대권논의는 「양날의 검」이다.잘만 활용하면 안정의석 확보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반면 대권논의가 가져올 통치권 누수도 생각해야 한다.최악의 경우 「게도구럭도 놓치는」상황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청와대도 중진들의 대권논의가 갖고 있는 득표력을 잘 알고 있으며,이에 끌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래서인지 청와대측의 현재 반응은 『아직 구체화된 게 없다.좀더 두고보자』는 유보적 입장이 우세하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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