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응원열차는 베이징으로 달리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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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 남북 응원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시간이 열흘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남북은 2007년 10월 정상회담에서 베이징에 합동 응원단을 보낸다는데 합의했다. 이후 남측은 응원단 결성을 위한 필요한 물리적 조치를 거의 끝냈으나 정권 교체 뒤 냉랭해진 남북관계 때문에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올림픽 개막 50여일을 앞둔 지금은 완전히 물건너 간 분위기다.

남북은 그동안 개성-평양-신의주 구간 철도의 안전성 점검을 끝냈다. 코레일(옛 철도공사)이 응원단 열차를 완성했고 응원단을 위한 베이징 숙소까지 마련했다.

8월 8일 올림픽 개막 시점에 응원 열차를 운행하려면 늦어도 7월에는 철도 종합시험 운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남북 당국이 적극적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사실상 최종 시한이 6월말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 철도 사용 문제없다

2007년 12월 남측의 객차 3량이 북측의 기관차에 이끌려 경의선 구간을 달렸다. 철도 시설공단, 코레일(옛 철도공사), 통일부 관계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남측 조사단을 태운 객차는 저속으로 상행하며 의심나는 지역과 터널의 노후화 상태 등을 살폈다. 내려올 때는 개성까지 논스톱으로 412㎞를 9시간 조금 더 걸려 달렸다. 공식 목적은 경의선 개보수와 관련된 조사였으나 올림픽 응원 열차 운행을 위한 안전성 검사도 겸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평양-신의주 구간은 국제열차가 다니고 김정일 위원장도 즐겨 이용하는 구간이어서 운행에 문제가 없다. 개성-평양은 보수할 곳이 좀 있지만 저속이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응원단 열차도 대기 중

코레일은 1회 10량짜리 두개로 된 응원열차 제작 계획을 세웠고 현재 열차는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당초엔 3편성 열차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2~4인승 침대차로 구성된 30량의 칸에 모두 330명을 남북 각각 같은 비율로 태워 모두 3회 운행한다는 구상이었다.

열차는 프리미엄 형식으로 대륙 철도인 TSR, TCR 연결을 의식해 장거리용으로 개발 중이다. 응원단과 맞물려 올림픽 기간 중 남북 응원단 열차로 전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코레일의 ‘남북 응원열차 운행계획’에 따르면 남북 응원열차는 서울-평양-베이징까지 1607㎞ 구간을 약 30시간 동안 달리는 침대차다.

응원단 숙소도 준비

코레일 관계자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이철 코레일 사장이 중국 철도국 관계자와 만나 철도국이 보유한 숙소를 응원단에게 제공한다는 구두 가계약을 맺었다”며 “응원단 전체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관계부서들의 생색내기 싸움에 휘말려 지지부진했고 특히 정권 교체로 남북 냉기류가 형성된 다음 가계약은 흐지부지 됐다.

남은 문제는 남북 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관계 당국과 기관은 ‘이미 물 건너간 일’로 치부한다. 그러나 코레일의 당초 계획에 따르면 7월 중 시험운행을 마칠 수 있다면 아무런 기술적 문제는 없다. 이를 위해 한국-북한-중국 사이에 국제열차 운행을 위한 3국 다자간 협약이 필요하다. 주당 최소 1회 운행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중국 측의 열차 노선 조정 문제도 필요하다. 양자를 병행하면 된다.

동의대 물류학과 조삼현 교수는 “시험 운행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예상 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달 이상이 필요하다”며 “8월 8일 개막을 앞두고 있으므로 6월말이 사실상 최종 시한인 셈”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중국도 지원을 약속한 만큼 남북의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협의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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