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중앙문예>단편소설 당선작 윤인수씨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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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열아홉 살 때까지 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그렇게만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테고,걱정없이 소설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기 직전에야 나는 하나의 목표를 좇는 것만도 내게는 얼마나 벅찬 일인가를 알게 됐다.
그 다음부터 나는 마치 「사다리 놀이」에라도 빠진 사람처럼 선택의 순간마다 「소설」을 향해 꾸불꾸불 방향을 틀었다.과연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미칠 듯이 초조했고 불안했다.
그런 막막함 속에서 소설 공부를 하고 있던 나는 이제 정말 중요한 계기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에는 소설 공부에 지레 가위눌려 게으름을 부리고 엄살을떨었지만 앞으로는 절망까지도 치열하게 해보고 어떤 두려움이든 받아들여 열심히 싸울 수 있을만큼 든든해지고 싶다.
뜻밖의 당선 통지를 받은 뒤로 내게는 기쁨보다 더 커다란 두려움이 앞선다.능력의 한계가 곳곳에 드러나 있는 글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뼈저리게 부끄러워진다.내 딴에는 고심을 한다면서 쓴 글이지만 정작 중요한 뭔가가 빠진 듯하다는 생 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끈따끈하고 피 냄새가 나는 어린애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만 딱딱한 플라스틱 인형을 꺼내놓은 기분이다.
문학이 구원은 절대 될 수 없다는 어느 말씀이 옳을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세상에서 문학은 지금까지 내게 그 이상의 의미가 돼주었다.
어째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사실은 잘 모르겠다.
소설이 그저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나는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조차잘 모르고 있으니까.그래도 나는 소설이 그저 좋다.「익애」가 아마 이런 것일는지도 모른다.
용기를 북돋워 주신 선생님들,부모님,동생들,친구들,염려와 격려를 함께 쏟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부족함을 너그럽게 감싸주시고 커다란 희망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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