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는 옛말’ 공항심사·건설공사 속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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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공항 제3청사 입국심사대. 인천발 아시아나 항공편에서 내린 승객들은 외국인 전용 3개의 심사대 앞 대기선에 30명 이상 길게 줄을 섰다. 10분 이상 지나도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입국 감독관리가 중국인 전용 심사대로 외국인 입국자들을 이동시켰다. 줄은 5분 만에 사라졌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다.

느려터진 일처리의 대명사, 중국의‘만만디’가 올림픽을 앞두고 ‘속도전’에 들어갔다.

2004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착공한 6개 노선의 지하철 공사는 ‘중국식 속도전’의 전형이다.

서울~대전 거리(147㎞)에 달하는 지하철 공사엔 202개 특급(1군에 해당)건설사 가운데 정부가 소유한 중국철로공정총공사·중국토목공정총공사 등 100여 개 업체가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하루 100만 명을 수송하는 지하철 5호선이 운행을 시작했고, 6월 30일까지 올림픽 지선·10호선·서우두공항 고속철도가 줄지어 개통된다.

밤샘 공사도 흔한 일이 됐다. 베이징대 학생인 저우야오(25)는 “전에는 밤샘 공사가 길어야 하루 이틀을 넘지 않았는데 최근엔 밤낮 없이 공사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 속도전이 작용하지 않는 분야는 시민의식이다. 베이징 시내에는 문명 승차·문명 질서·문명 운영·문명 식단·문명 화장실 등 온통 ‘문명(文明)’이라는 글자 투성이다. 중국 중앙방송국(CC-TV)은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기, 리어카 밀어주기 등 공익 광고를 하루종일 내보낸다. 그러나 지금도 거리에서 침뱉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버스 정류장 줄서기도 변화가 별로 없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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