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륙붕 유전 개발해 고유가 해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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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 대책으로 대륙붕의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미국 서부와 동부 해안의 대륙붕에 산재한 유전 등을 개발하면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유가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3.78L)당 4달러(약 4100원)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이같이 대륙붕을 개발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 등 민주당 의원들이 환경 오염 등의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대륙붕 석유 시추가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만큼 대륙붕 개발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가 폐지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륙붕 에너지 개발은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회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1981년 정부가 대륙붕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데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으며, 매년 이를 갱신하고 있다. 현재 대륙붕 자원 개발이 허용된 곳은 서부 해안의 멕시코만과 알래스카 일부뿐이다. 부시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도 대통령 재직 때인 90년 대통령령으로 대륙붕 개발을 금지했고, 부시도 이를 2012년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방침을 바꿔 대륙붕 개발이 가능하도록 대통령령을 개정해 의회를 압박하기로 했다.

미 하원 세출위원회는 18일 대륙붕의 자원 개발 금지 법안을 2009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다. 존 페터슨(공화당) 의원은 지난주 해안에서 80㎞ 이상 떨어진 바다에서는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세출위 산하 소위원회에서 9 대 6으로 부결됐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대륙붕 개발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대륙붕의 유전·가스전 개발은 내 에너지 계획의 핵심”이라며 “각 주들이 주 경계 내의 대륙붕 개발을 추진하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매케인은 그러나 부시가 제안한 알래스카 야생동물보호지 내에서의 석유 시추 허용에 대해선 환경 피해를 우려해 반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은 “대륙붕 에너지 개발은 해안에 기름을 유출시킬 수 있고 관광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했다. 오바마는 “지금 대륙붕을 개발한다고 해도 최소 5년이 지나야 효과가 난다”고 지적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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