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사활문제(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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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구 리 9단 ●·최철한 9단

제7보(92~103)=참으로 노골적이다. 설마 했는데 계속 칼을 겨눈다. 최철한 9단의 대마사냥이 계속되면서 판은 살기가 진동하고 있다. 92엔 93부터 97까지. 100엔 101로 전력을 다해 눈을 없앤다. 흑진은 다 부서졌다. 누더기의 행색으로 폐허를 밟고 서서 최철한의 칼은 오로지 백 대마의 심장을 노린다. 지칠 줄 모르는 끈기와 핏빛 투혼에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구리 9단도 이젠 심각하게 생사를 걱정한다.

드디어 102로 막았다. 구리도 궁금했을 것이다. 이렇게 막으면 흑 대마는 어떻게 살까. 드디어 이 판이 안고 있던 오랜 숙제가 풀리려 한다. 백 대마와의 수상전은 무조건 안 된다. 패도 안 된다. 흑 대마는 오직 그냥 살아야 한다. 최철한은 마치 준비해 둔 수처럼 103으로 두었다. 첫눈에 칼칼하다. 구리는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대마는 죽는다. 김지석 4단이 찾아낸 정답은 ‘참고도’ 백1로 집는 수. 흑2로 받으면 9의 치중까지 오궁도화로 죽는다. 놓고 보면 쉽지만 흑의 지긋지긋한 공격과 죽음도 불사한 기세에 혼백이 흔들린 구리는 이 수를 찾지 못한 듯 하염없는 장고에 빠져들고 있다. 사실은 이 사활도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참고도’ 백1에 A로 자충을 메우는 응수가 무섭다. 흑B가 선수로 들었을 때 외곽의 백이 안전한가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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