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한마디] 좋은 펀드 고르려 애쓰지 말고 분산투자 어떻게 할까 고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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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은퇴한 뒤 한 달에 얼마 정도 쓰면서 살고 싶습니까?”

한국투자증권 김균(사진) 자산관리컨설팅팀장의 재테크 강의는 항상 이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 얼마를 저축(투자)해야 하는지가 강의 내용이다. 2006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표준 생활비(226만원)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필요할까? 35세 남성이 58세에 은퇴해 평균 수명(76세)까지 산다면 은퇴 시점까지 약 12억9000만원을 모아야 한다.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을 빼고서다.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가 상승률(3% 가정) 때문이다.

이쯤 되면 슬슬 불안해진다. 생활비는 평균보다 더 쓰고 싶고, 평균 수명보다 더 오래 살 것 같은데 은퇴는 더 빨리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과연 내 쥐꼬리만 한 봉급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인플레이션이 노후 생활을 위협하는 요소라면 노후를 지켜주는 버팀목은 투자수익률(이자율)이다. 현금을 쌓아 놓아야 한다면 은퇴 시점에 12억9000만원이 필요하지만 연 5%짜리 정기예금에 넣어 두고 조금씩 꺼내 쓴다면 8억4900만원만 있으면 된다. 만약 복리로 연 12%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은퇴 시점에 필요한 자금은 5억350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마련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연 12% 수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다면 매달 76만원씩 투자하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 투자해야 그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 팀장은 “지금까지 투자의 역사를 보면 해마다 12%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은 주식밖엔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서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증권사 직원이지만 개인들의 직접 투자는 무모한 짓이라며 말린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해 하루 종일 주식만 연구하는 사람(기관)과 가끔 기분 날 때마다 지르는 개인의 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대신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그는 좋은 펀드를 고르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럴 시간과 정성이 있다면 어떻게 분산할까 연구해 보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신 나쁜 펀드를 골라내는 방법을 소개했다. 우선 3년 수익률이 종합주가지수보다 못한 펀드와 3년간 펀드 사이즈가 줄거나 펀드 매니저가 자주 바뀐 펀드는 피하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열심히 분산할수록 대박의 확률은 줄지만 반대로 목표 수익률에는 확실히 가까워진다”며 “대부분의 펀드가 10만원 이상이면 적립식 투자를 할 수 있는 만큼 투자 자금이 적어서 분산할 수 없다는 건 대박을 노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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