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D-10] 연령별 응답자 분배로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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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화를 받으면 나이만 묻고 끊어버린다"고 항의하는 50대 이상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다. 선거철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에 대해서다. "요즘 여론조사가 수상하다"거나 "조작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우선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겠다. "나이만 묻고 끊는 것"은 전화조사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보통 오후에 시작해 늦은 밤까지 전화한다.

처음엔 주로 낮에 집에 있는 주부나 고연령층이 많이 응답한다. 이에 따라 성별.연령별 인구비례에 따라 할당한 이 계층 응답량이 비교적 쉽게 확보된다. 밤이 되면 늦게 귀가하는 학생.회사원 등 젊은 연령층과 통화한다. 조사자들은 이런 필요 계층의 답변을 얻을 때까지 계속 통화해야 한다. 그래서 목소리만 듣거나 나이를 확인하고 끊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생긴다. 만약 다른 의도를 갖고 고연령층을 배제하면 나중에 공개하고 보관해야 하는 조사 자료에서 다 드러나게 된다.

여론조사기관이 불필요하게 오해를 자초한 부분도 없지 않다.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을 예로 들 수 있다.장애인 복지시설을 늘리거나 부정부패를 줄이는 조치에 대해 찬반을 물으면 대부분 찬성할 수밖에 없다. 반대하기가 미안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탄핵 관련 조사도 비슷하다. 찬성 쪽으로 응답하면 '비정상'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마치 탄핵안에 찬성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응답자가 염려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어떤 조사기관이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해 열린우리당 지지율에 일부 거품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조사방법을 개선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반영하는 조사 결과에 대해선 우호적인 반면 그렇지 않은 결과에 대해선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지지도 1위 정당의 관계자들은 기사를 게재한 해당 언론사 기자만 봐도 그저 반갑고 고맙다.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그렇지만 과거엔 한나라당이, 한때는 민주당도 그랬다. 하위로 처진 정당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심지어 조작설도 서슴지 않고 내놓는다. 최근엔 민주당이 그랬지만 과거 열린우리당도 조사의 신뢰성을 거론한 적이 있었다.

여론조사 불신 풍조의 일차적 책임은 조사기관에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이해 당사자들도 책임을 나눠야 하고 오해를 풀어야 한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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