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북한.미국 하와이 공식접촉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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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달초로 예정된 북한과 미국의 하와이 공식접촉은 앞으로 본격화될 북-미관계 개선의 상징적 신호로 보인다.
우선 유해송환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이라지만 전에 없이 미국영토인 하와이에서 북한과 미국 관리들이머리를 맞댄다는 사실 자체가 갖는 의미를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더구나 내년중으로 예상되는 북-미연락사무소 개설과 미국의 대북제재 추가완화를 앞두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회담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지난87년 베이징(北京)에서 실무급 외교관접촉으로 시작된 양국간 유해송환 협상은 89년 뉴욕회담으로 이어졌으나 북한의 유엔대표부와 미국내 한국전참전용사회간 협상이라는 제한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미 국무부는 지난93년2월 『유해 송환협상은 정전협정에 따라 판문점 군사정전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밝혔고,이후 형식적으로는 정전위 채널을 통한 협상이계속돼 왔다.
하와이 회담도 기본적으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따라서 정전위관계자들도 회담에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러나 미국이북한관리들에게 비자를 발급,미국영토에서 공식접촉을 갖는다는 점에서 하와이 접촉은 전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받 고 있다.
하와이에서 회담을 갖는 외견상 이유는 미국의 유해감식전문기관인 미 육군중앙신원확인연구소(USACIL)가 하와이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동안 양국은 유해송환 협상을 하면서 송환유해의 신원확인문제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마 찰을 빚어왔다.지난90년이후 지금까지 미측에 인도된 200여구의 유해 가운데 한국전 참전중 사망한 미군으로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0구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심지어 동물뼈까지 섞여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북한은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뼈까지 팔아먹는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따라서 전문적 감식기술 문제를 양국실무자간에 중점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유해송환만이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데 외교안보관계자들의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
경수로공급협상 타결과 우성호선원 송환등으로 조성되고 있는 전반적 관계개선 분위기를 계속 살려가야 한다는 양측의 공통인식이하와이 공식접촉을 가능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이번 회담에 참석할 양측대표단의 수석대표는 정치적 무 게를 갖는 정부인사가 될 가능성이 큰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이 자리에서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를 포함한 정치적 현안들이 자연스럽게 논의될것이라는 전망 또한 이런데서 연유한다.
31차례의 유해송환 협상 끝에 미국이 베트남과 수교했듯 하와이 유해송환협상이 북-미수교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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