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선배’ 137명에 명예졸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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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고등학교 45회 졸업생인 이원정(75)씨는 20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앙고 100주년 기념일인 이날은 이씨가 중학교 3학년이던 한국전쟁 당시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 선호(18회)씨와 동문으로 인정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중앙중·고교는 17일 건학 100주년을 맞아 일제시대 독립운동에 나섰다가 졸업장을 받지 못한 137명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아버지는 고교 3학년(중앙고등보통학교 5학년)이던 1926년, 순종 황제의 인산일(출상일)을 맞아 일어난 ‘6·10만세운동’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강제 퇴학당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생사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살아계신다면 105세”라며 “이제는 날을 잡아 제사를 지내는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고는 이씨의 아버지 외에도 3·1운동 학생대표였던 박민오 선생, 6·10만세운동에 참여했던 권오설 선생, 1927년 의열단사건에 연루된 시인 이상화 선생 등에게도 명예졸업장을 준다.

학교는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 동문 문학인인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시비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비, 소설가 채만식 문학비가 학교 운동장에 세워진다. 또 19일에는 동문인 정진석 추기경이 집전하는 축하미사가 열린다.

중앙고는 1908년 왕실과 정부 관료에서부터 일반 시민까지 한 푼 두 푼 모아 만든 ‘기호학교’가 전신이다. 이후 1910년 흥사단의 융희학교와 통합하고 다시 기호·교남·관동·서북·호남 등 전국의 지역 학회들이 망라해 중앙학교로 통합돼 만들어졌다.

이 학교 동문으로는 김태현(33회 졸업) 전 대법관, 조중건(42) 전 대한항공 부회장, 탤런트 최불암(49), 강정원(57) 국민은행장, 프로야구 감독 이광환(58), 정몽준(61) 의원, 가수 김창완(62)씨 등이 있다. 

교우회는 앞으로 ‘동문 100억 발전기금 모금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중앙고 윤시탁 교장은 “동문의 힘을 모은 발전기금으로 자율형 사립고를 추진, 전통 명문에서 신흥 명문으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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