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동성 커플 정식 결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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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동성애자인 델 마틴<左>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장 집무실에서 열린 결혼식 도중 파트너인 필리스 라이언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55년 동안 함께 산 동성 커플이 마침내 정식 결혼식을 올렸다. AP통신은 “레즈비언 커플인 필리스 라이언(87)과 델 마틴(84)이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집무실에서 정식 결혼식을 올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결혼식을 올린 ‘동성 커플 1호’로 기록됐다. 캘리포니아 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날부터 동성 커플에게 결혼 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1950년대 초반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그러한 편견에 당당히 맞섰다. 이들은 다른 6명의 여성들과 함께 55년 미국의 첫 레즈비언 단체인 ‘빌리티스의 딸들(Daughters of Bilitis)’이라는 클럽을 결성해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웠다.

‘전미 레즈비언 권리 센터’의 케이트 켄덜은 CNN과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없었다면 동성 간 결혼 허용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두 사람에게 공을 돌렸다. 라이언은 “동성 간 결혼이 허용되는 날이 정말 올까 궁금해했지만 지금 실현됐다”며 감격해했다.

사실 두 사람에게 이번 결혼식은 두 번째다. 이들은 2004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청사에서 ‘도둑 결혼식’을 올린 적이 있다. 게빈 뉴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당시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법에도 불구하고 이들 커플에게 결혼 증명서를 발급, 동성 간 결혼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라이언 커플 외에도 20쌍이 넘는 동성 커플의 결혼이 줄을 이었다. 결혼식장마다 하객이 몰려 이들의 결합을 축하했으나 한쪽에서는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는 사람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법과대학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10만2000쌍의 동성 커플 가운데 절반(5만1000쌍)가량이 향후 3년 내 결혼식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른 주의 동성 커플 6만7500쌍도 이 기간 캘리포니아주에서 결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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