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선대위원장 사퇴 요구 한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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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유권자를 폄하한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의 발언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의 일부 총선출마자들과 중앙당 일부 관계자들이 鄭의장의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지도부에 요구했던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열린우리당 대구지역의 한 출마자는 "지난 1일 밤 대구지역 선대본부가 긴급 회의를 열어 '鄭의장의 발언으로 선거운동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鄭의장이 석고대죄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이 같은 뜻을 2일 오전 중앙당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의 다른 출마자는 "말로 사과를 하는 것만으로는 파문을 진정할 수 없다"며 "鄭의장의 거취와 관련한 보다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앙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鄭의장의 발언 직후 긴급 대책모임이 1일 오후 있었다"며 "이 자리에서 鄭의장이 선대위원장을 사퇴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됐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수가 '鄭선대위원장의 사퇴가 파문을 진정하기보다 여권 분열로 비춰져 전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대책모임은 鄭의장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강도 높은 사과를 하는 선에서 수습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 열린우리당의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도 2일 밤 회의를 열고 격론 끝에 "鄭의장에게 선대위원장직 사퇴요구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 참석자가 말했다. 경남지사 출신인 김혁규 당 상임중앙위원은 "일부 후보들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판인데 선대위원장이라는 사람(鄭의장)이 어떤 표는 잡고 어떤 표는 버리라는 식의 언급을 한 게 말이 되느냐'고 격앙했다"면서 "그러나 현 시점에서 선대위원장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다수의견"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핵심인사는 "일단 鄭의장이 선대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겠지만 앞으로 여론의 추이가 어떻게 흘러 가느냐가 관건"이라며 "鄭의장 거취 문제는 잠복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수호.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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