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문의 향기와 과학이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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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눈이 멀었다”고 했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만 이런 게 아니다. 과학과 문화, 과학과 예술도 마찬가지다. 다만 지금까지 서로 간 융합 가능성을 알지 못하고 벽을 쌓아 왔을 뿐이다. 바야흐로 통섭의 시대다. 하나만으론 어느 것도 완전하지 못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들이 인문학에 빠지고, 예술적 취향에 물들기도 한다. 18일 서울 금호아시아나빌딩 문호아트홀에서도 유사한 모임이 첫 발걸음을 뗀다. ‘과학문화 융합포럼’이다.

◇100달러짜리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을 넘어 과학·인문학·문화·예술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관계의 기술(Relations Technology)시대로’. 이것이 포럼이 지향하는 목표다.

포럼의 고문을 맡은 서울대 김광웅 명예교수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창조사회는 과학기술을 모르면 안 된다”며 “동시에 과학기술은 별도로 존재해선 안 되고 사회의 다른 분야와 잘 어울릴 때 효율성을 배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정신과 물질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따라 섞임의 미학을 몰랐으나 이젠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이의 틈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틈을 엮는 기술이 바로 관계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틈을 발견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틈을 넘나들지 않으면 진리를 밝힐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고 융합과 통섭의 시대가 온 배경을 설명했다.

인간을 구성하는 물·칼륨·카드뮴 등 화학요소를 돈으로 환산하면 100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에겐 지혜와 상상력·창조력이 있기 때문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문화의 결합은 바로 이 같은 승수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새로 보는 과학기술’의 계승자=과학문화 융합포럼의 모태는 김 전 부총리가 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관했던 릴레이식 포럼 ‘새로 보는 과학기술’이다. 2006년 9월 ‘과학기술, 인간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과학과 문학·역사·철학의 상생을 논했던 1차 포럼에 이어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여덟 차례 예술·사회·종교·고령화사회·여성·미디어·리더십 간 다양한 만남의 장을 마련해 왔다.

정권 교체 등 여러 이유로 포럼의 맥이 끊어지자 그때 참여했던 사람들이 다시 자발적으로 모여 새로운 모임을 만든 것이다.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이화여대 박영일 교수, 당시 포럼 좌장 역할을 했던 서강대 이덕환 교수, 예술과의 만남에 참여했던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이 그들이다. 이 밖에 윤종용 한국공학학림원장, 이현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 채영복 전 과기부 장관,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등이 고문으로 활동한다. 과학기술계 인사 60여 명과 경제·문화·예술·언론계 인사 40여 명 등 약 100명이 참여한다. “포럼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관계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우리 사회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때까지.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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