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中에 무기 팔지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미국이 최근 유럽연합(EU)의 대중국 무기 금수(禁輸) 해제를 막기 위해 본격 외교전을 개시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 문제를 최근 여러 유럽국가에 제기했다"면서 "미국의 우려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몇몇 유럽 주재 미국 대사관들은 주재국 정부에 공식 접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금수 해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프랑스를 꼽는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대중국 무기 금수 조치는 오늘날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올해를 '중국 문화의 해'로 정하는 등 대중국 관계 강화에 나선 프랑스는 지난달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중국과 대규모 합동 해상훈련까지 벌였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대외담당정책 대표 역시 지난달 중국을 방문, "금수조치 해제를 지지한다"고 거들었다.

신문은 또 "미국은 영국의 태도를 더 심상치 않게 느낀다"고 지적했다. 일부 EU 회원국들의 금수 해제 움직임에 대해 기대만큼 신속하고 충분하게 제동을 걸지 않을 뿐 아니라 아예 '어울리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최근 "금수조치 재고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의 이 같은 태도는 금수 해제 문제와 관련, 최근 소극적으로 입장을 바꾼 독일보다 걱정스러운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독일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은 금수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EU 회원국 모두가 금수 해제 일정에 합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기를 수출해도 중국 정부가 인권 침해와 반정부운동 탄압에 이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국은 중국의 인권 상황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잠재적으로 가장 강력한 적국이 될 수 있는 중국에 첨단 무기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무기 금수 해제는 군사적이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계속돼 온 무기 금수가 해제되면 중국의 인권 상황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대만의 방위력 증강을 위해 18억달러 규모의 장거리 조기 경보 레이더를 판매키로 결정한 데 대해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공격형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대만관계법을 스스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훈범 기자, 베이징=유광종 특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