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왜 죽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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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강원도 양구군에서 26년 만에 사체로 발견된 여우(사진)의 사인(死因)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발견 당시 국립환경연구원은 여우가 올무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가 몇 시간 뒤 독극물에 중독된 작은 동물을 먹고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국립환경연구원과 외부 전문가들은 부검을 실시하는 등 열흘간 사인을 추적했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검 결과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독극물 양성반응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여우 사체가 발견된 부근에선 독극물에 중독된 동물이 고통 때문에 땅을 파헤치거나 뒹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인이 독극물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연구원에서는 여우가 올무에 걸린 뒤 몸부림치다 올무에 긁혀 상처가 나면서 죽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러나 사체에서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이 역시 배제했다.

더욱이 여우가 발견된 지역엔 들쥐 등 먹이가 될 만한 동물들이 많아 굶어죽었을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연구원 측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질병에 감염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돼 연구원 측은 병리학적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냉동시켰기 때문에 병원균을 밝히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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