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스타일로 ‘성장 올인’… 경제 불안 자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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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06면

강만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경제공약의 핵심인 ‘747(성장률 7%, 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 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하며 성장에 ‘올인’하는 정책을 펴왔다.

강 장관은 취임 직후 ‘감세와 규제완화에 바탕을 둔 장기 성장동력 확충’을 정책기조로 내걸었다. 나빠지는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7% 성장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경제 관련 조정기구의 수장을 맡는 등 그의 위상은 과거의 경제부총리를 능가했다.

하지만 ‘경제사령탑’으로서의 그의 역할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사전 조율이나 대화를 생략한 채 평소 소신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스타일이 문제였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우리나라 금리가 너무 높다”(2월 29일)거나 “한국은행에만 환율 정책을 맡길 수 없다”(3월 4일)며 한국은행을 압박했다. 금리를 낮추고 환율을 높여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한은의 독립성을 부인하고 힘을 과시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산업은행 등을 민영화하기에 앞서 메가뱅크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금융위원회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3월 말엔 “물가안정이 성장보다 시급해진 상황”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며칠 뒤 강 장관이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뒤집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장의 힘은 키우고 정부의 힘은 줄인다’는 새 정부의 모토와 달리 시장을 압박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강 장관은 취임 초부터 4월까지 거의 매주 환율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경상수지 적자 기조를 감안하면 환율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자명하다” “대내균형(물가) 못지 않게 대외균형(경상수지)이 중요하다”고 했다. 4월 중순엔 은행을 사기꾼으로 비유한 ‘S(사)기 세력’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철근 값이 오르자 ‘사재기 단속’으로 대응하고, 자장면 값 상승은 ‘행정지도’로 대응하는 물가관리는 70년대 방식이란 비판을 받았다.

고유가로 촉발된 물가대란은 강 장관이 주력해온 성장 정책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환율 상승과 법인세 감면 등으로 혜택을 본 수출기업과 대기업의 내수 기여 효과보다는 국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고통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대외환경이 급격히 변할 때는 그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물가나 성장에 집착해서는 경제가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강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의 서민생활종합대책 발표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보완할 필요성이 있다”(13일), “물가가 크게 오르는 등 새로운 환경을 감안해 금리와 환율을 운영해야 한다”(9일)며 안정기조로의 선회를 천명했다. 시장이나 다른 부처를 자극할 만한 발언도 극도로 삼가고 있다. 임기영 외국어대 교수(경제학)는 “모든 정책에는 대가가 따르고, 그 비용을 누가 내느냐는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라며 “경제부처 수장은 국가경제 전체의 편익을 높이되 부문 간의 이해를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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