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사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언제까지 현대차만 정치파업의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며 노조 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파업은 근로자의 건강 문제와 직결된 일종의 민생 파업”이라고 반박했다. 윤 사장은 “고유가와 원자재 파동으로 나라 경제가 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더 위기”라며 “그런데도 노조는 10일에 잔업을 거부하고, 12일엔 파업을 위한 찬반투표까지 실시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이런 행동은 현대차를 더 큰 위기로 내몰고, 결국 노동자 스스로도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이어 “GM대우 등은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주도한 10일의 상경투쟁에 당초 참가하기로 했다가 취소해 결국 현대차 노조만 참가했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 4사 중 실제 잔업을 거부하고 총파업에 동참한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지부는 10일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미국 쇠고기 협상 전면 무효화와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를 위해 울산공장 주간조 1만2000여 명은 두 시간 동안 잔업을 거부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1996∼97년 노동법 개정 반대 파업 ▶2000년 대우자동차 매각 반대 파업 ▶2003년 비정규직법 및 주 5일 근무제 촉구 파업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등 다양한 외부 이슈 파업에 동참한 바 있다.
현대차 지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정치파업이라며 참여를 걱정하는 글이 많이 올랐다. ‘기억’이라는 필명의 한 조합원은 “한·미 FTA 파업 때도 과연 노조가 승리했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이 파업을 왜 해야 하는지 노조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쇠고기 수입 반대와 공기업 매각 반대 등 (명분은) 좋은데, 왜 파업을 하면서까지 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지부의 장규호 공보부장은 “회사 측이 이번 일을 정치파업으로 몰아가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면서 “생산 현장도 민생 안전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정당한 명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우병 소’를 먹고 건강이 나빠지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막으려는 파업은 정당하다는 게 그의 논리다.
장 부장은 “자동차 산업이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파업을 안 한다고 기름값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민생이 먼저 안정돼야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생산 현장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