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KBS "바람은 불어도" 작가 문영남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지난 4월 첫방송이래 수개월째 시청률1위를 고수해온 KBS인기일일극 『바람은 불어도』가 18일부터 2주간 재방,결방에 들어갔다.KBS측이 밝힌 표면상의 이유는 『작가.PD에게 재충전할 시간을 주기위한 것』이다.그러나 사실은 방송가 의 고질병인「인기드라마 늘리기」작전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91년 데뷔이래 줄곧 인터뷰를 거부해와 「베일속의 인물」로 불려온 작가 문영남(35.여)씨를 최초로 인터뷰,결방의 속사정과 앞으로 드라마의 전개방향을 들어봤다.
『처음부터 12월에 끝내려고 계획했어요.일일극 작가는 8개월을 넘기면 힘이 달리는데다 연말엔 아들(국민학교1학년)과 휴가데이트를 약속했거든요.』 방송사에서 연락이 온 것은 9월께.『내년3월까지만 늘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엔 완강히 거절했지만 결국 두달쯤 버티다 연말휴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응낙했습니다.』 문씨는 드라마가 작가 개인의 것만은 아니며 「대중의 사랑을 외면할 수 없는 입장」때문에 연장을 수락했다는 것.그러나 그녀는 드라마 늘리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듯 이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억지구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까지 진행된건 전체 스토리의 40%에 불과합니다.남은 60%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1년도 더 쓸 양이에요.』 『바람은 불어도』는 원래 그녀가 지난해 쓴 소설 『황가네 식구들』을 각색한 드라마.원작이 월남민가족의 인생유전을 무겁고 어둡게 묘사한 반면 드라마는 밝은 해학으로 대조를 이룬다.소설과달리 드라마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가 반대로 얘기를 풀어나간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재미의 요체는 인물과 대사예요.개성 뚜렷한 인물들이 풀어내는 생동감 넘치는 대사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죠.』 흥행작가로서 그녀의 재능은 91년 제1회 MBC문학상에 당선된 이래 쓴 드라마 4편중 『분노의 왕국』『폴리스』『바람은…』등 3편이 모두 빅히트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첫 일일극이라 힘도 더 들었지만 그래도 「10대부터 60대까 지 즐겨보는 국민극」이란 평을 듣게된 것은 큰 보람이었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실직한 아버지(김무생)와 가족간의 갈등과화해를 집중묘사할 생각이다.아버지의 권위가 살아야 가정이 화목하다고 믿기 때문이다.세살위인 사업가 남편(극중 최수종의 모델이다),친어머니와 함께 사는 그녀는 드라마 결말 부를 해피엔딩으로 처리할 예정.『4대가 함께 사는 가정은 행복하다』는 지론때문이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